미 은행들 닫았던 금고 슬슬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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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은행들이 꽉 닫았던 금고문을 열기 시작했다.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대출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 대출이 늘기 시작한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 증시 주가도 7주 연속 주간 단위 상승세를 이어 갔다.

 자산 기준 미국 2위 은행 JP모건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순이익이 47% 늘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 대출을 6% 늘렸다. 늘어난 대출은 대부분 기업에 돌아갔지만 가계 부문에도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JP모건이 지난 4분기 새로 발급한 신용카드는 340만 장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카드 사용액은 같은 기간 10% 증가했다.

 JP모건 제임스 다이먼(James Dimon) 회장은 “아직도 많은 미국인이 저축과 부채 상환에 치중하고 있지만 그동안 노력의 결과로 신용 상태가 좋아졌다”며 올해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예고했다. 그는 “기업대출 시장에선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사정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선 JP모건에 이어 실적을 발표할 다른 은행도 지난해 4분기 깜짝 순이익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은행권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퇴출을 면하기 위해 부실 정리에 총력을 기울여 온 은행으로서도 이젠 새 수익원을 찾아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은행권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 늘어난 3600만 건의 소비자 대출을 처리했다. 그런데 올해는 5.9%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대출 세일에 나서는 건 월가의 대형은행뿐만이 아니다. 지방은행이나 카드사도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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