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랏빚 14조 달러 … 신용등급 AAA 강등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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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1인당 4만5300달러(5050만원)’.

 미국 국민이 지고 있는 국가부채다. 그런데 이마저 한도에 턱밑까지 찼다. 미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4조 달러를 넘어섰다. 의회가 정한 한도인 14조3000억 달러에 육박한 수준이다. 티머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재무부 장관은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오는 3월 말, 늦어도 5월 16일이면 국가부채 한도가 차게 된다”며 “의회가 국가부채 한도를 증액해 주지 않으면 미 정부가 파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경고했다.

 법적으로 국가부채 한도가 꽉 차면 미국 정부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이는 정부 기능 마비로 이어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미국 국채 값이 파산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 국채처럼 곤두박질해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가이트너는 “미 정부의 파산은 세계경제에 2008년 금융위기보다도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요지부동이다.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요구하기에 앞서 올해 정부지출부터 확 깎으라는 것이다. 공화당은 최소한 올해 예산에서 1000억 달러 이상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킨 강경 보수파 ‘티파티(Tea Party)’도 정부 지출 삭감을 벼르고 있다.

 오바마는 미 정부 파산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의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는 2006년 상원의원 때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국가부채 한도를 8조9600만 달러로 늘려 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구에 오바마는 “정부의 무분별한 지출 때문에 우리가 외국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며 부시를 공격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국가부채 한도 증액은 벼랑 끝 대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국가부채 한도가 다 차더라도 미 정부가 몇 달은 버틸 여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5년 공화당의 반대로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함으로써 정부 기능 마비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당시 로버트 루빈(Robert Rubin) 재무부 장관이 연방연금기금에서 600억 달러를 빌려오는 묘안을 내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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