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물건 사던 20~30대 백화점 끌어들이니 매출이 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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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백화점 신촌 유플렉스점

잘나가던 일본 백화점이 고전 중인 가장 큰 이유는 젊은층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이들이 백화점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 대신 가두점이나 온라인몰을 애용한다. 젊은 고객을 되찾지 못하면 침체가 장기화된다는 점에서 일본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 깊다.

 국내 백화점은 오히려 젊은층이 찾아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30대 고객 비중이 34%나 되고 다른 백화점도 비슷하다. 국내 백화점 성장세를 이끄는 주요 부문은 ‘영 패션’ 이다.

 영패션을 위주로 젊은이들을 끌기 위해 변신한 대표적 경우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이다. 원래 지하철에서 연결되는 지하 2층은 수입의류 매장이었다. 고급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4년에 걸친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 끝에 지난해 6월 지하 2층 전체를 영패션 전문관으로 바꿨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르샵·지오다노·플라스틱 아일랜드 등 젊은층이 즐겨 찾는 브랜드를 대거 들여왔다”며 “‘젊은이가 찾지 않는 백화점은 미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본점 매출이 40% 넘게 올랐다.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만 모아놓은 매장을 별도로 내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는 현재 명동·청주·대구에 매장을 냈고, 현대백화점도 영패션 전문관 ‘유플렉스’를 지난해 신촌점에 이어 올해 중동점까지 열었다.

 ‘젊은 패션’의 요즘 최대 화두는 ‘SPA’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란 기획부터 디자인·생산·유통·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 브랜드를 말한다. 새 옷을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패스트 패션’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갭’,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등이 대표적. 젊은이들이 SPA브랜드를 많이 찾자 백화점들은 앞다퉈 이들을 유치하려 노력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자라와 함께 국내 합작회사인 ‘자라 코리아’를 설립한 뒤 현재 10개 점에 자라를 들여왔다. 신세계는 인천점·충정점에 H&M과 유니클로를 유치해 3월과 5월 오픈할 예정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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