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더이상 소말리아 해적의 봉이 돼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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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선박 삼호주얼리호가 또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돼 충격이다. 지난해 11월 유조선 삼호드림호가 피랍 7개월 만에 기록적인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난 지 2개월 만이어서 더욱 그렇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피랍된 금미305호와 선원들은 아직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삼호드림호 사건 발생 뒤 여러 대책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소말리아 인근 해역이 아닌 파키스탄 연안에서 사건이 벌어짐으로써 정부의 대응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 지역에서 피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갈수록 먼 바다까지 나와 해적질을 하는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해운회사와 정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소말리아 해역을 항해하는 우리 배들에 대해 해적들의 승선을 막기 위한 철조망 설치, 피랍 시 구조 때까지 피난할 수 있는 안전지역 설치, 무장 보안요원 승선 등의 대책 권고를 검토해 왔다고 한다. 또 정부는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퇴치 연락그룹(CGPCS)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국제사회의 공동대처 노력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갈수록 들끓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출몰을 막기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태다.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피랍 사건은 2004년 20건에서 2008년 111건, 2009년 217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왔다. 이에 비해 국제사회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것이 사실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태국, 한국 등이 군함을 파견해 이들을 감시하고 있으나 해적 출몰 지역이 워낙 넓어 한계가 뚜렷하다. 붙잡힌 해적을 사법 처리하는 것도 명확한 국제법적 절차가 없는 상황이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의 20% 이상이 한국 선박이며 우리나라 해운 물동량 전체의 29%가 소말리아 해적 출몰 지역을 통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다소 부담이 커지더라도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이 우리 선원과 우리나라 경제의 목줄을 겨누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