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파이드’ 팬 12만 명 “9명 모두 비욘세” 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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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미국 LA에서 열린 소녀시대 미국 팬 커뮤니티 ‘소시파이드(Soshified)’의 단합대회 현장. 팬클럽 회원들이 소녀시대의 히트곡 ‘Gee’ ‘Oh!’ 등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LA중앙일보=신현식 기자]

8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극장. ‘소시파이드(Soshified)’라고 적힌 핑크색 티셔츠를 입은 백인 여성 사라(28)가 소녀시대의 히트곡 ‘지(Gee)’를 한국말로 따라 불렀다. 사라는 회원수가 12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소녀시대 팬 커뮤니티 ‘소시파이드’의 회원. 이날 처음으로 열린 소시파이드의 정기 모임에 참석했다. 미국 각지에서 500여 명의 팬이 참석해 단합대회를 펼치는 자리였다. ‘Soshified’는 소녀시대 약자인 ‘소시(Soshi)’와 영어단어 ‘만족하다(Satisfied)’를 합친 말이다. <관계 기사 28, 29면>

 - 노랫말을 정확하게 따라 부르던데.

 “K-POP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옮겨 적어서 가사를 외운다.”

 - K-POP이 왜 좋은가.

 “미국 팝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기 어렵지만, K-POP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팝의 본고장’ 미국이 K-POP에 빠져들고 있다. 8일 열린 북미 지역 소녀시대 팬클럽인 ‘소시파이드’의 단합대회는 그 한 단면이다. 이날 행사 시작(오후 3시) 여섯 시간 전부터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한국 가수의 미국 팬클럽이 별도 행사를 마련한 건 처음이다.

 과거 미국은 한국 가수들이 넘볼 수 없는 무대였다. 미국 팝은 그저 한국 가수들이 흉내 내는 ‘교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도전이 시작됐다. 비·보아·세븐 등이 미국 무대를 밟았고, 원더걸스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9월 LA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엔 1만5000여 명의 미국 팬이 몰리기도 했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샤이니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전원이 참여한 이 콘서트는 공연 한 달 전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날 ‘소시파이드’ 행사장은 인종 전시장처럼 보였다. 흑인·백인·동양인 등이 고루 자리 잡았다. SM USA 측은 “참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히스패닉·백인 등 비동양인이었다”고 전했다. 행사장엔 한국에서 별도로 제작한 소녀시대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영상 속의 소녀시대 멤버들이 춤추고 노래할 때 극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미국판 삼촌팬인 ‘엉클팬’도 눈에 띄었다. 우렁찬 목소리로 “소.녀.시.대” 구호를 외쳤다. 수염을 길게 기른 그리미(49)는 “소녀시대의 오랜 엉클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한국 걸그룹을 어떻게 접하게 됐나.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다. 소녀시대뿐 아니라 카라·시크릿 등 대부분의 한국 걸그룹을 좋아한다.”

 - 한국 걸그룹이 매력적인 이유는.

 “미국 그룹은 멤버 한 명만 주목받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걸그룹은 모든 멤버가 매력적이다. 소녀시대는 9명 모두가 비욘세다.”

 이날 행사는 소녀시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트위터로 소녀시대에게 소원을 전하는 ‘소원을 말해봐’란 코너도 있었다.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 등 글로벌 네트워크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 등으로 K-POP을 확산시키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무대에 공식 데뷔를 하지 않은 소녀시대가 대규모 팬클럽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 “소녀시대가 일본에 데뷔해 성공을 거둔 것은 유튜브를 통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란 내용의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유튜브를 활용할 경우 별도의 음반 홍보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데뷔 전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필 수 있어 한국 연예기획사들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A=정강현 기자
사진=신현식 기자

◆케이팝 인베이전(K-POP Invasion)=한국 대중음악(K-POP)이 미국·일본 등 세계 음악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경향을 뜻하는 말. 1964년 영국 밴드 비틀스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생겨난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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