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미국 대학 독특한 당락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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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국대학 입시는 정확히 감(感)을 잡기 어렵다고 말한다. SAT만점이어도 불합격하는가 하면, 반대로 SAT성적이 평균에 미치지 못해도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기도 한다. 미국대학의 독특한 합격·불합격 사례에 대해 대원외고 유순종 국제부장교사와 용인외고 김묘중 국제부장교사에게 들었다.

-SAT점수가 만점이고, 고교내신성적(GPA)이 최상위권이다. 모두들 아이비리그 대학에 문제없이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지난해 수시와 정시 지원 결과 모두 불합격했다. 탈락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에서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례는 높은 SAT 점수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에 떨어지는 경우다. 한국에서는 성적만 높다면 최상위권 대학에 불합격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대학의 기준은 다르다. SAT점수는 대학 수준에 따라 학생들 대부분이 비슷한 점수를 가지고 지원한다. 고교내신성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인성적이란 일정 점수를 넘으면 1차 선별 기준에 불과하다. 높은 점수에 안심해 비교과활동을 등한시하거나 자기소개 에세이에서 자만심이 묻어 나온다면 합격하기 어렵다.

-공인성적 외에도 비교과활동에 충분히 공을 들였다. 목표한 미국대학에 합격한 선배의 사례를 꼼꼼하게 벤치마킹해 동아리 활동과 각종 수상경력도 겸비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했다. 공인성적은 비슷하지만 객관적으로 저보다 비교과활동 경력이 부족한 친구는 합격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남들 따라하기 식의 비교과 활동도 탈락요인이다. 매년 합격생의 사례는 우후죽순 언론지상에 등장한다. 이들의 비교과활동 내역을 무작정 따라하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이듬해 해당 대학에선 지난해 합격생과 유사한 구성의 비교과활동 포트폴리오를 수도 없이 받게 된다. 참신성이 떨어지는 원서는 당연히 탈락할 수 밖에 없다. 합격생의 사례는 참조만 해 자기만의 독창적 활동을 경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희망전공과 연계해 3년 동안 일관성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인성적과 비교과활동 수준이 거의 유사한 친구와 함께 목표대학에 지원했는데 나만 불합격했다. 심지어 AP과목은 내가 더 많이 이수했고, 평균성적도 더 좋다. AP과목은 합격 여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건가?

AP와 비교과활동이 많다고 꼭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학업을 어떻게 이수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약 5년 전만 해도 AP과목을 전혀 이수하지 않고 아이비리그에 합격하는 학생이 꽤 있었다. 하지만 최근 SAT점수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추가 기준으로 AP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AP과목을 10개 이상 이수하는 것은 한국 학생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상황이다. 미국의 명문 사립고교에서는 한 학년에 3개 이상 듣는 것을 금지하는 편이다. AP과목 선택 방법도 중요하다. 향후 전공을 희망하는 분야와 AP과목을 연결해 7~8개 정도만 이수해도 충분하다. 자신의 관심분야를 AP이수 자료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SAT점수를 포함한 공인성적이 전반적으로 낮다.

아이비리그대학에 지원하고 싶은데, 비교과활동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미국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리더십이다. 공인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특정한 분야에서 자신이 뛰어나게 우수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증빙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 세계 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해 수상경력이 있다거나, 공신력이 있는 국가 대회의 우승 경력 등이 그 예다. 스쿨 리포터도 객관적 자료가 된다. 이것은 학교의 상담교사가 학생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객관적인 평가를 적어내는 자료로, 대개 학생과 친한 교사가 작성해주는 추천서보다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한국 학생은 대부분 수학과 과학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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