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본게임은 지금부터 … 동양적 매력이 미국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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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하튼 이스트(East) 31번가 110번지. 이태 전 JYP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사무실이 자리를 잡은 곳이다. 이곳에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전략이 수립됐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곡과 안무가 다듬어졌다. 3층으로 이뤄진 JYP의 뉴욕 사무실에는 연습실·녹음실 등이 갖춰져 있고, 1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원더걸스가 2009년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오르면서 이곳은 더 분주해졌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오는 미국 팬도 늘었다. 사무실 한 구석에는 미국 팬들이 원더걸스에게 건넨 선물이 쌓여있었다.

 이우석(36·사진) JYP 부사장(미국 총괄)은 2003년부터 미국 진출을 준비해온 박진영 대표의 오랜 파트너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작곡·프로듀싱 했고, ‘텔미’를 편곡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뉴욕과 LA를 오가며 원더걸스의 새 앨범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원더걸스가 미국에 데뷔한지 1년 7개월. 그간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오르는 등 성과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는 연습게임에 불과했다. 원더걸스의 본격적인 미국 무대는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에서 원더걸스가 성과를 낸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 스타일을 따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인이 아무리 흉내 내도 미국 가수와 똑같아질 수가 없다. 원더걸스만의 동양적인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영어 악센트도 너무 미국인처럼 들리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 가장 큰 장벽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언어다.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에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원더걸스의 경우 라이프스타일을 몸에 익히기 위해 영어 회화와 별도로 연기 수업을 받기도 했다.”

 -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자평하나.

 “아직까지 연습게임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본 게임은 원더걸스의 EP앨범이 나오는 3~4월쯤 시작된다. 이전엔 한 곡짜리 싱글 앨범밖에 없었으니까. 6~7곡이 담기는 이번 앨범엔 로드니 저킨스·클라우드 켈리 등 미국의 유명 뮤지션들이 작곡으로 참여한다.”

 - 미국에서 7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한국 가수들에 대한 시선이다. 맨 처음 도전할 땐 웬만한 음반사에선 문도 잘 안 열어줬다. 하지만 요즘은 먼저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 원더걸스의 EP 앨범도 3대 메이저 음반사 가운데 한 곳에서 발매될 것이다.”

 - 미국이 K-POP에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 음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단연 앞서가는 K-POP에 주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국 음반사에서도 한국에서 음원이 뜰 경우 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 유튜브 등 손쉽게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유튜브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현지에서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음반을 발매할 수 있어야 팬층도 넓어지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뉴욕=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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