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수 3,000P 넘어선 나스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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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자 장외주식시장인 나스닥(NASDAQ)의 주가지수가 나흘 연속 최고치 경신 행진을 거듭한 끝에 3일(현지시간) 대망의 3, 000을 넘어섰다.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46.88포인트 오른 3, 028.51로 장을 마쳤다. 지난 71년 2월 100으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28년9개월만에 30배가 오른 것이다. 2, 000을 돌파했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16개월 만에 50%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 첨단기술기업이 성장세 주도〓나스닥지수 3, 000 돌파의 배경은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아메리카 온라인(AOL).델 컴퓨터 등 내로라 하는 미국의 간판급 첨단기술기업들. 90년대 들어 이들 첨단기술기업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나스닥지수도 폭발적 상승세를 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스닥지수는 90년 이후 5백60%가 올라 다우지수(2백90%)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2백85%)의 두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스닥의 이같은 성장배경은 첨단기업들을 집중 유치한 전략과 전자 주식거래라는 혁신적인 거래방식 도입. 특히 거래내용이 컴퓨터 단말기 화면에 그대로 나타나면서 주식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돼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했고, 신속한 거래로 주식거래의 편의성과 환금성을 높여 투자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오승구 수석연구원은 "클린턴 행정부가 사회보장을 축소하면서 대신 주식.채권시장 투자가 활기를 띤 것도 나스닥 활력의 또다른 요인" 이라고 분석했다.

◇ 갈수록 커지는 영향력〓나스닥 시장은 규모면에서도 전통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능가할 정도로 커졌다. 기업공개시장에서는 지난 95년 일찌감치 NYSE를 제쳤고, 97년에는 연간 거래액에서도 NYSE를 앞질렀다. 다만 상장기업 주식시가총액은 3조3천5백70억달러로 NYSE의 11조3천5백10억달러에는 여전히 못미치지만 첨단기술기업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우지수는 이같은 첨단기술기업의 비중을 감안해 이달초 MS.인텔 등 4개의 나스닥 상장기업을 지수산정 대상 30대 기업에 포함시켰다.

◇ 신생 벤처기업의 요람〓나스닥이 급성장하며 이제는 무명의 신생 첨단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 역할도 하고 있다. 나스닥에서는 지난 10년간 매년 3백~5백건의 기업공개가 이뤄졌다. 지난 96년에는 무려 6백80개 기업이 상장됐다. 나스닥이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값싼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MS의 성장신화에서 보듯 실리콘 밸리의 젊은 기업가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창업자금을 받아 기업을 일으킨 뒤 나스닥에 상장해 거금을 거머쥐는 것은 이제 하나의 정석이 됐다. 무명기업을 받아주는 나스닥이라는 시장이 있기에 벤처캐피털도 위험을 무릅쓰고 벤처기업에 창업자금을 선뜻 대줄 수 있는 것이다.

◇ 추가상승 가능할까〓투자자문회사인 쉴즈&co.의 프랭크 그레츠 투자분석가는 "미국의 장기호황을 주도하는 첨단산업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나스닥도 이에 비례해 상승세를 탈 것" 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3, 400을 돌파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거품론자들의 경고도 적지 않다.

◇ 나스닥이란〓 '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 의 머리글자를 딴 것.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매매주문을 한꺼번에 받아 거래를 체결시키는 것과 달리 나스닥은 투자자가 컴퓨터 단말기에 나타난 호가를 보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증권회사의 마켓 메이커에게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현재 상장기업수는 모두 4천7백33개사며, 이들 중 77.4%가 기술관련 업체다.

워싱턴.뉴욕〓김종수.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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