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엄마와 함께] 몸 속 들어가 병 고치는 메디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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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스카 필
엘리 앤더슨 지음
이세진 옮김, 소담
592쪽, 1만3800원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 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는 ‘메디쿠스’를 소재로 한 이색적인 판타지물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선 주인공들이 마법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쳤다면, 이 책의 주인공 열두 살 소년 오스카는 메디쿠스가 되기 위해 특별 훈련을 받는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만 알고 살아가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몸 속에 침범해 의사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유발하는 어둠의 세력 그랜드 파톨로구스가 철통 같은 감옥을 탈출하면서 메디쿠스들이 오스카에게 접근한다. 오스카는 그랜드 파톨로구스를 잡아넣었던 전설적인 메디쿠스 비탈리 필의 비범한 능력을 물려받은 아들이었던 것이다.

 오스카는 방학 기간 동안 메디쿠스의 지도자인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쿠미데스 서클에 들어가 집중적인 수련을 받게 된다. 수련이란 것이 동물이나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는 일인데, 작가가 상상한 인체가 매우 흥미롭다. 소화기관이건, 피부건 몸 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것으로 묘사해놨다. 가령 침샘에서는 라텍스 작업복을 입은 수백 명의 여자들이 침을 모아 거대한 호수를 만든다. 잘게 부순 음식을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으면 적외선 감지기관이 인식해 산성 용액을 쏘아 분해시킨다. 인체 일꾼들은 침샘 호수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비행기로 음식물에 담즙을 뿌리기도 한다.

 영국의 과학 그림책 작가 스티븐 비스티가 인체 곳곳에서 여러 기능을 담당한 일꾼들이 있다는 식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정교한 일러스트로 표현한 『인체 크로스 섹션』(진선아이)을 연상시킨다.

 소설은 프랑스의 소아과 의사 출신 작가 엘리 앤더슨의 작품이다. 아이들이 신체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하게 하려고 지은 책이라고 한다. 실제 인체의 여러 기관이나 세포의 작동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지어냈다. 가령 오스카가 카나리아의 피부에 잘못 들어갔다가 만나는 게 피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랑거 한스 세포와 적외선의 침투를 막는 멜라노 맨이다. 일단 주인공 오스카 필의 필(pill)이 알약이란 뜻이다.

 프랑스 현지에선 3권까지 출간됐고, 국내에는 이제 막 1권이 번역돼 나왔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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