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4년마다 세무조사 “예외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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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다음 달 1일부터 매출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은 예외 없이 4년에 한 번씩 정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국세청은 그동안 모범 납세자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선 일정 기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혜택을 부여해 왔으나 앞으로는 매출액 50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선 이를 폐지키로 했다.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은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면 여전히 최대 5년간 세무조사 유예를 받게 된다. 국세청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성실 납세자 관리 규정’ 개정안을 최근 행정예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국세청이 2009년부터 매출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 4년마다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완전 폐지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 기업은 4년마다 예외 없이 정기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

 2009년을 기준으로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는 법인은 564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해 4년 주기로 세무조사가 실시될 경우 매년 140개 안팎의 대기업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돼 이들 대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납세자의 날에 표창을 받은 기업은 현대중공업·신세계 등 35개 기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출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사회적인 책임이 큰 만큼 모범 납세자 표창은 국가 재정에 기여한 데 대한 영예에만 의미가 한정돼야 하며 기타 부수적인 이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 대기업의 성실 납세의무를 강조해온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새해 업무보고에서 “법인조사대상 선정 시 법인의 대표자, 최대주주 등의 개인제세·재산제세 탈루혐의까지 분석해 통합 선정·조사하겠다”며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탈루혐의가 상당한 경우 금융조사, 거래처·관련 기업 동시조사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 경영이 위축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보통 정부는 국내 경기가 나쁘거나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때 세무조사 유예 등을 발표했다”며 “이를 뒤집어보면 이번 조치는 기업에 대한 조사가 강화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면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번 국세청 방침은 최근 사정 등이 강화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기업 경영활동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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