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냉각재펌프 등 개발 서둘러 원전 기술 내년까지 100% 국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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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원전 수출이 완전히 국가 간 총력전이 돼 버렸어요. 우리나라도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신임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연호(60·사진) 원장의 말이다.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등 원전 강국들은 원전 수주를 위해 국가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쟁국가끼리 손잡는 협동작전도 서슴지 않는다고 정 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32년 동안 원전 개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과학자로, 핵연료 국산화를 주도했다.

 정 원장은 한국 수준의 원전 기술 자립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50여 년 원자력 도입 역사 속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오늘의 원자력 수준을 일궜다는 것이다. 일부 개도국이 그런 ‘밑천’도 없이 우리를 따라오려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정 원장은 단언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적은 연구비로 원전 기술 95%를 자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원장은 원전 기술 중 아직 국산화하지 못한 2개의 중요한 기술을 임기 중 완전하게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 설계와 안전 해석 코드, 원자로 냉각재펌프(RCP)가 그것으로 내년까지는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상용 원전 기술을 100% 자립하게 된다.

 그는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와 연구용 원자로를 원전 틈새 시장을 공략할 전략 상품으로 내세웠다. 스마트의 경우 해수 담수화와 전력 생산을 병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원자로로 현재 원자력 안전규제기관의 인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100%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

 정 원장은 모든 것은 기본이 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의 경우 기초과학을 튼실하게 하지 않으면 노벨 과학상도 타기 어려워요. 세계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 확보 등 연구력의 기본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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