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충주·울진서 희소금속 광맥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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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희소금속 광맥 시추팀이 전북 무주에서 암석봉을 채굴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외광물자원연구실 고상모(53·사진) 박사팀은 지난해 12월 말 전북 무주군 적상면의 한 야산에서 깊이 150m짜리 구멍 네 개를 팠다. 땅속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희소금속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이 구멍을 파면서 채취한 굵은 가래떡 같은 ‘암석봉’은 150m짜리 네 개로 총길이가 600m나 됐다. 연구팀은 이 암석봉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연구실로 옮겨 현재 성분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발 희소금속 확보 전쟁이 세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국내 부존 희소금속 광맥 찾기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현재 필요한 희소금속의 거의 전량을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희소금속 중에서도 부존량이 적은 희토류 금속의 경우 국내 소요 물량의 95%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 수출량을 계속 줄인다면 우리나라 산업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희소금속은 희토류 17종을 포함한 56종의 희귀금속을 말한다.

 고 박사팀이 국내 희소금속 광맥을 찾아나선 것은 그중 몇 종류만이라도 찾아 자급률을 높여 보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시추 후보지는 무주 외에 충주·홍천·단양 각 한 곳, 울진 두 곳 등 여섯 곳이다.

희소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광석들. 위쪽부터 모나자이트·바스트내사이트·제노타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가장 먼저 시추에 나선 무주의 경우 희소금속인 나이오븀(Nb)과 탄탈륨(Ta)이 있을 만한 곳으로 지목됐다. 나이오븀의 경우 함량이 최소 0.1%는 된다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 이번에는 상업 채광이 가능한 0.5~1% 정도가 되는지를 알기 위해 깊이 파 본 것이다. 이들 희소금속은 전자부품인 콘덴서의 재료다.

 이달 시추에 나서는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 있는 옛 홍천 자은철광산 주변에서는 약 1100m 깊이까지 파내려가 암석봉을 채취할 계획이다. 희소금속 대부분이 철광산 주변에서 채굴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의 90% 정도를 공급하는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바이윈어보(白雲鄂博) 광산도 처음에는 철광산으로 출발했다.

 고 박사팀은 또 울진에서는 텅스텐(W)·주석(Sn)·리튬(Li)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2년까지 정밀 탐사 대상지를 3 곳으로 압축한 뒤 본격적인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계획은 한 곳당 1만m 깊이까지 파내려가 암석봉을 꺼내 분석할 예정이다.

 희소금속 광맥 탐사는 자력과 방사능 세기가 강한 곳을 주 대상으로 한다. 희소금속 중 희토류 자원은 철광산이 있었던 곳에 많이 매장돼 있으며, 방사능이 강한 우라늄·토륨 매장지 주변에 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시추할 충북 충주 어래산 주변의 경우 항공 촬영한 자력도와 방사능도를 보면 주변 지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어래산의 자력은 5만2000감마로 높았다. 그 주변 지역은 4만 감마에 머물렀다. 방사능의 경우도 2200Cps로 그 주변의 600~700Cps보다 세 배 정도 강했다. 어래산의 바위 위에 자석을 대면 척척 달라붙는다. 바위 속에 철 성분이 다량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력도와 방사능도는 헬리콥터에 자력과 방사능 측정 장치를 장착한 뒤 위도 1㎞, 경도 5㎞ 폭으로 지표면을 스캔해 만든다. 우리나라는 희토류가 있을 가능성이 큰 지역을 대상으로 1980년대 자력도와 방사능도를 만들어 놓았다.

 희소금속은 휴대전화, 액정화면에만 각각 15가지가 들어간다. 전지에는 리튬, 화면에는 인듐, 혼선을 방지하는 듀플렉서에는 바륨과 티타늄 등이 들어가는 식이다. 희소금속은 중국·러시아·미국·캐나다·호주 5개국에 세계 부존량의 90%가 몰려 있다.

 고 박사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희소금속에 대한 정밀 탐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희소금속 확보 전쟁에서 우리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국내 부존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희소금속=지각 내 함유량이 적은 금속으로 총 56종을 일컫는다. 리튬·마그네슘·백금·카드뮴 등이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희귀한 금속인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란탄계열 원소 15개와 스칸듐(Sc)·이트륨(Y) 등 모두 17개 원소를 따로 부르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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