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창업주 액자 해외로 보낸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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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달 초 구본준(사진) LG전자 부회장은 TV를 생산하는 멕시코 레이노사 법인을 방문했다 허름한 액자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이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로 번역된 액자였다. 이를 본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전 세계 해외법인에 창업회장의 품질 최우선 철학을 전파하라”고 지시했다.

 “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이 어록은 창업회장의 자서전인 『한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에 담긴 내용이다.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를 1947년 설립하며 내놓은 화장품 ‘럭키크림’을 본격 생산·판매할 때의 얘기다.

 당시 럭키크림은 물자가 귀한 좋은 원료를 사용하면서 다른 회사 제품의 두 배 값을 받았다. 그래도 날개 돋친 듯 팔리다 보니 제조과정에서 크림통이 깨지거나 금이 간 용기에 크림을 담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구 창업회장은 이 같은 불량이 럭키크림을 사는 고객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일이라며 자신이 직접 감독하거나 생산직원들 사이에서 일일이 불량용기를 골라냈다.

 이후 구 창업회장은 파손되지 않는 럭키크림 용기를 고민하던 중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연구해 이후 LG가 플라스틱 산업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품질경영 어록은 LG전자의 80여 개 해외법인이 있는 국가의 언어로 제작돼 임직원들의 품질의식을 높이는 데 일조하게 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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