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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해외 칼럼

중국, 미얀마·북한과만 살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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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급격한 군사력 증강과 아시아 주변국과의 잇따른 전략적 제휴. 중국의 최근 행보다. 이를 의식한 미국도 아시아 안보에 다시 개입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시아에서 신(新)냉전이 시작될 것을 우려한다. 아시아 패권 장악에 나선 중국을 달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시아의 군사화를 막기 위한 현실적 노력은 있어야 한다. 미·중이 아시아에서 대립한다면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은 “발톱을 숨기고 야망을 위장하라”는 격언을 중국에 남겼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덩의 당부를 무시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이런 태도를 걱정한다. 중국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요구를 거부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동·남중국해 섬을 두고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신제국주의’ 행보로 인해 아시아 외교 담론엔 어느새 ‘견제’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중국을 두고 냉전 시절 무력을 앞세운 소련의 군사 제국주의가 연상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은 소련과 다르다. 중국의 진정한 무기는 경제다. 30년 전 개혁·개방을 시작한 후 중국 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중국의 부상은 아시아의 무역 흐름을 바꿔놨다. 동아시아 지역 내 무역량은 동아시아와 다른 지역 간 무역 규모를 넘어섰다. 일본은 더 이상 유럽·북미 수출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다른 아시아 국가도 중국에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범아시아 네트워크는 더 강화될 것이다.

 중국의 군사력이 또 다른 걱정거리이긴 하다. 그러나 아직 중국의 군사예산은 일본의 국방비와 비슷한 정도다. 일본과 인도, 러시아,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인접 국가들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와 인도 같은 핵 보유국가와 핵 방위 기술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일본을 무시하고 중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하긴 어렵다. 결국 중국이 아시아에서 취할 수 있는 무기는 경제와 정치다.

 13억 중국 인구의 절반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을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과거 중국이 보인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지 않았다.

 중국의 행보는 국제사회의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은 경제·군사력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미국을 배제하고 패권 구축에 나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아시아와 협력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미·중 모두와 우호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면 이들은 중국 대신 미국 지원하의 아시아 다극체제를 택할 것이다. 2011년 중국 정부는 그동안의 독단적 행동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시아에서 중국의 친구는 독재와 빈곤으로 얼룩진 미얀마와 북한 정도만 남을 것이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정리=이승호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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