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들어는 봤나, 퍼터로 300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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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타 전문 골퍼와 투어 프로의 최장타자가 멀리 치기 대결을 벌였다. 투어 프로들은 “대회 때는 살살 쳐서 거리가 적게 나갈 뿐 제대로 때리면 우리가 더 낫다”고 얘기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지난 7일(한국시간) 하와이에서 지난해 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3위를 차지한 로버트 개리거스, 버바 왓슨,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이 장타대회 우승자인 제이미 새들로프스키(22·캐나다·사진)에 맞섰다. 새들로프스키는 준결승에서 398야드를 날려 365야드를 친 개리거스를 제쳤고, 결승에서는 407야드를 날려 352야드의 왓슨을 가뿐히 따돌렸다. 새들로프스키의 드라이브샷은 선수들보다 정확성도 더 좋았다.

 키 1m79㎝, 몸무게 76㎏으로 마른 체형인 새들로프스키가 이날 사용한 드라이버의 샤프트 길이는 47인치(45인치도 사용함)였고, 로프트는 7.5도였다. 그러나 그는 아이스하키 출신으로 하체와 팔힘이 좋다. 장타의 핵심인 유연성도 갖췄다. 미국 골프매거진에 의하면 새들로프스키는 백스윙에서 히프의 회전각이 59도, 어깨 회전각이 110도다. 히프와 어깨의 꼬인 각 차이가 51도다. 이 갭을 ‘X-팩터(X-Factor)’라고 하는데 그 갭이 클수록 유연성이 좋다는 뜻이다. 새들로프스키는 PGA 투어의 평균 X-팩터인 41도보다 10도나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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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스윙 톱에서 그의 드라이버 헤드는 땅을 가리킬 정도로 어깨 회전이 많다. 이렇게 꼬인 스프링이 풀리면서 그의 헤드스피드는 시속 148마일, 볼 스피드는 215마일까지 나온다. 타이거 우즈는 전성기에 헤드스피드가 시속 132마일 정도였다. 새들로프스키의 공식 장타 기록은 434야드다. 로프트 4도의 퍼터로도 300야드를 날린다.

 그와 장타 대결을 한 존슨은 “지나치게 길다”고 했고, 개리거스는 “진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골프는 멀리 치기 게임이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왓슨은 “가방에 다른 클럽도 있는 걸 보니 골프도 할 줄 아는 모양”이라고 농담을 했다.

 새들로프스키는 “멀리 치기는 쇼에 불과하다. 그러나 제이슨 주백의 장타대회 5회 우승의 기록을 깬 후 골프 선수로의 방향 전환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의 최저타 기록은 62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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