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완벽하다 … 이직 사유, 자신있게 설명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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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이 사람, ‘진국’이다. 재취업컨설팅 신청자인 임종진(43·사진)씨를 두고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최영숙 청장년상담팀장이 하는 얘기다.

임씨는 경동나비엔(경영기획)에서 14년, 제약회사 휴온스(전략기획)에서 2년간 일했다. 특히 업무 프로세스 개선 분야에서 베테랑이다. 본인이 직접 프로세스 개선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여러 번이다. “기획 업무야말로 비즈니스의 꽃”이라고 말하는 그는 경영기획·전략기획 분야에서 재취업을 꿈꾸고 있다.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되는 게 목표다.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회사를 찾고 있다.

글=김진경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서류 집중 분석

경영기획 분야의 아이디어가 넘치는 임종진씨.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 [김상선 기자]

최 팀장은 그의 이력서를 검토한 뒤 “지금까지 받아본 이력서 중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편”이라고 평가했다. 맡았던 업무와 역할, 주요 성과가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서다. 다만 자기소개서가 문제였다. A4 용지 한 장에 문단 구분 없이 빽빽이 쓰다 보니 읽기 싫어지고 답답한 느낌을 줬다. 임씨는 “한 장을 넘어가지 않게 정리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들어 그렇게 썼다”고 했지만 최 팀장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면 장수는 중요하지 않다.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 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팀장은 “구직자가 종종 하는 실수가 서류를 본인 위주로 쓰는 것”이라며 “내용 면에서는 인사 담당자가 원하는 정보를 줘야 하고, 형식 면에서는 보기 좋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역량을 ▶기업가적 사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능력 ▶강력한 업무추진력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하지만 너무 포괄적인 표현이고,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최 팀장은 “‘네트워크 구축’이라면 바로 뒤에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했는지 구체적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며 “‘주장’보다 ‘팩트(fact)’가 훨씬 힘이 있다”고 말했다. ‘항상 정해진 기간 내에 업무를 완료했다’와 같은 표현은 빼는 게 낫다. 성실함을 보여줄 순 있지만 ‘강력한 업무 추진력’의 근거로 말하기엔 부족해서다.

 또 역량을 설명할 때 ‘과정-성과’ 순이 아니라 ‘성과-과정’ 순으로 두괄식 표현을 하는 게 읽는 사람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나의 역량 10가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물었을 때 자신의 역량 10가지와 그 근거를 망설임 없이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정리가 되면 자기소개서를 쓰기도 훨씬 쉬워진다.

 임씨가 서류를 준비하며 가장 고민했던 건 이직 사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임씨는 경동나비엔에서 휴온스에 신설된 전략기획팀 팀장으로 옮겼다. 팀장으로서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와 회사의 방침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의욕적으로 진행한 일이었지만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나의 개인적인 발전도 필요해 휴온스를 퇴직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책임감이 강하며 나보다 기업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사 담당자가 퇴직 사유를 들었을 때 추가적인 의문이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설명할 때의 표정도 중요하다. 힘들었던 상황을 말할 때 비참하거나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힘들었지만 잘 극복해냈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다.

모의면접 때 지나치게 긴장 … 눈 맞추고 ‘전문가’라는 확신 보여줘야

면접 집중 분석

임씨는 지난 구직과정에서 두 차례 면접을 본 적이 있지만 긴장을 심하게 한 나머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 팀장은 임씨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직접 즉석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최 팀장이 “직무와 연관해 강점과 약점을 간단히 말해 달라”고 하자 임씨는 “어떤 조직이든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게 강점이다. 열정과 자신감도 갖고 있다. 약점은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다는 점이다”고 답했다. 최 팀장은 우선 “강점을 물으면 가장 내세울 만한 역량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응력이나 열정, 자신감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이 낫다고 한다. 약점에 대해선 ‘약점인 동시에 강점도 될 수 있는’ 특성을 얘기하는 게 좋다.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지만 대신 업무를 정직하게 수행하고 한번 맡은 건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식으로 단점을 강점으로 승화해서 대답해야 한다.

 최 팀장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최악의 실패 경험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했는가”라고 물었다. 임씨는 “최악이었던 건…”라고 하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팀장은 “반드시 나올 질문”이라며 “기업에는 부침이 있고 도전적 상황도 발생한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알고 싶은 게 질문자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씨에 대해 “아는 게 120%라면 표현은 70%도 채 못 하는 상황”이라며 “가진 게 많더라도 그걸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담당자가 서류를 검토한 뒤 만나보고 싶은 구직자라는 생각이 들었더라도 막상 면접 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서류뿐’이라는 인상이 남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취업포털 등을 통해 관련 기업의 면접 족보를 구할 것 ▶면접 족보와 기업 홈페이지에 소개된 인재상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 것 ▶주변 사람 및 취업센터를 방문해 모의 면접을 연습할 것 등을 조언했다.

  또 차분한 태도와 대답은 임씨의 강점이지만,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랑할 게 있으면 자랑해야 한다. ‘저는 온순한 성격입니다’와 같은 대답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임씨의 나이(43)를 감안하면 프로페셔널한 태도도 중요하다. 최 팀장은 “40대 중반은 뭔가 준비하는 시기가 아니라 이미 전문가여야 하는 시기다. ‘이 자리에 맞는 사람은 나’라는 확신을 줄 수 있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손동작이나 시선 처리도 중요하다. 면접 때 최소한 90% 이상 면접관과 눈을 직접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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