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학생들의 영어공부법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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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왔어도, 또래보다 몇 년 앞서는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 학생이라고 해도 심화과정을 공부하고 취약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 또래보다 영어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공부법은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봤다.

외국에서 살다 왔다면 작문과 독해실력 보충해야

황정연(분당 서현초 3)양은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두바이와 이집트에서 5년 동안 살다 지난해 초 한국에 왔다. 황양은 웬만한 영어 소설은 술술 읽고 외국인 강사와 의사소통을 하는데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어머니 이영주(38·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씨는 “영어를 유창하게 말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건아니다”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많이 읽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황양은 매일 영자신문을 읽는다. 좋아하는 분야의 기사를 골라 정독한다. 기억에 남는 기사는 따로 노트에 스크랩하고 빈 공간에 생각을 짤막하게 적어놓는다. CNN 뉴스도 틈틈이 시청하며 신문에서 본 내용과 비교·분석한다. 이씨는 “한국어 어휘력이 부족해 해석을 매끄럽게 못할 때가 있다”며 “사전을 찾으며 국어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표현력을 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기 실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일기를 쓰는 것이다. 황양은 특정 주제를 정해 테마 일기를 쓴다. 영어소설을 읽고 난 감상을 독후일기 형태로 써보거나 간단한 영시를 직접 지어보는 식이다. 이번 방학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녀온 후 기행문의 형태로 일기를 써볼 계획이다. 이씨는 “한국식 문법공부에 익숙지 않아 영어일기를 쓰면서 문법체계를 잡고 있다”며 “교재를 택해 그날 배운 문법을 일기 속 문장에 활용해보게 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거주경험이 있는 자녀의 영어공부 계획을 세울 때는 우선 자녀의 말하기와 듣기 능력에 대한 과신부터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 학교에서 교사의 말을 알아듣고 강의를 따라간 것을 두고 ‘원어민수준으로 영어를 잘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발론교육 임양희 수석연구원은 “말하기·듣기 실력은 쓰기·읽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인 자녀가 영어권 국가에서 1년 이상 지냈다면, 작문과 독해 공부를 보충해 언어를 종합적으로 체득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 상대 찾아주고 말하기에 자신감 심어줘야

유채영(경기 안양동초 3)양은 외국 거주 경험이 없는데도 다니는 영어학원의 우수 장학생으로 선정될 정도로 영어 실력이 좋다. 비결은 영어책 독서다.

유양은 동네 도서관에 소장된 어린이 영어책은 거의 다 읽었다. 마틸다무지개 동화 시리즈같은 쉬운 소설은 두세 번씩 읽었다. 최근엔 해리포터를 읽고 있다. 어머니 허미숙(38·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씨는 “독해력이나 어휘력은 또래보다 높은 편이지만 쑥스러움을 많이 타 말하기에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엄마·아빠·동생, 영어공부를 하는 사촌언니 등 주위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모두 유양의 영어친구가 돼줬다. 원어민(native speaker)처럼 능숙하지 않아도 아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고 친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됐다.

어릴 때부터 본 영어 DVD와 EBSe TV채널도 꾸준히 시청하고 있다. 어릴 때는 자막 없이 화면과 노래를 위주로 DVD를 봤다. 요즘에는 자신이 해석한 것과 비교하기 위해 한글 자막이 있는 비디오를 본다. 특히 고학년이 되면서 문법 공부가 걱정이었는데 EBSe TV 채널이 문법을 자연스레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줬다. 유양은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같은 학습만화를 보충교재로 사용하거나 디즈니 영화 속에 나오는 OST를 반복해 따라 부르면 문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들은 암기식 공부보다 영어 공부에 계속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TV나 영어 비디오로 영어에 노출되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자녀가 2명 이상이고 연령이 비슷한 경우 서로 영어로 말하도록 유도해도 좋다. 튼튼영어 마스터클럽 김형찬 연구원은 “상위권 학생은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과학·문학·역사분야까지 폭넓게 학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평소에 책 읽기·단어 암기로 실력을 키운 뒤 경시대회에 참가해 실전훈련을 하고 영어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 송보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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