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항생제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치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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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교수의 ‘Hot Issue & Cool Answer’

김석진 교수

복통과 설사, 복부 팽만감 혹은 변비와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으로 많은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내시경이나 엑스선 검사에서 특정한 소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그 원인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성인의 경우 자극적인 음식, 커피나 담배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스트레스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져있는데, 학업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 수험생의 약 19%가 이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수험생들의 경우 운동부족과 불규칙한 식사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들로 꼽힌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의 과민성 증가, 장의 운동성 변화와 함께 장내세균 구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즉, 장에 살고있는 유해균의 자극에 의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의학계에서는 장내세균의 구성을 바꾸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항생제를 사용하여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즉, 항생제로 장에 살고 있는 유해균들을 죽임으로써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피멘텔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 임상시험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에게 리파시민이라는 항생제를 하루에 3번씩 2주간 복용시킨 후 10주간 증상을 관찰하였다. 이 시험에서 항생제 복용 후 4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증상이 위약군에 비해 호전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실험기간 동안 항생제의 복용이 더부룩함, 복통, 묽은변 등에 대한 증상에 전반적인 개선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이 보여졌다고 한다. 장내 유해균의 수를 줄여주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필자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치료하겠다는 접근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우려한다. 항생제의 사용은 유해균뿐만 아니라, 유익균도 함께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통해 장내세균들을 파괴시켜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을 잠시 완화시킬 수 있더라도 이는 임시방편책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균들은 장에 다시 돌아오게된다. 더우기 건강한 장벽에 살면서 유해균의 부착을 막아주는 유익균들의 파괴는 유해균들이 더 쉽게 장벽에 부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장내세균의 구성을 건강하게 바꾸어주기 위해선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섭취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항생제의 경우, 유해균과 유익균을 동시에 파괴시키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수를 증가시켜 유해균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바이오틱스가 성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좋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소아 청소년 과민성대장증후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국 시카고 대학의 관달리니 교수 연구팀이 밝힌 바 있다. 이 연구논문은 2009년 미국소화기내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되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김석진 교수 김석진 교수의 ‘Hot Issue & Cool Answer’ 더 보기 * 김석진 교수는 구강 감염학과 면역학 전문의로 환경성질환을 비롯한 현대질환에 대한 관심을 갖고 '프로바이오틱스 스토리'라는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건강정보를 http://probiotics.co.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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