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추천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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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이언 에어즈, 리더스북, 1만6000원

잘했을 때 주는 게 당근이고 못했을 때 내리는 게 채찍일까? 무조건 큰 당근, 강한 채찍이 효과적일까? 저자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단순 이분법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당근과 채찍은 과도한 가치폄하, 손실회피, 참여제한, 기대손실, 또래압력 등 인간의 본성에 맞게 치밀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구팀의 열렬한 팬이 금연하도록 하려면 손에 든 입장권을 빼앗겠다고 위협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처럼 행동경제학 원리에 따라 당근과 채찍 전략을 잘 활용하면 개인의 일상적인 문제뿐 아니라 조직과 공공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충동에 약하고 유혹에 굴복하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을 적극 이용하라는 것. 책은 당근과 채찍에 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다. 이종호·김인수 옮김.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롭 릴월, 웅진지식하우스, 1만3800원

중 학교 지리교사였던 저자가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자전거여행에 나섰다. 국경을 넘어갈 때를 제외하곤 온전히 자전거로만 28개국 5만 여㎞ 를 달렸다. 1년 계획으로 떠난 이 여행은 3년이 걸렸다. 책은 여행지에 대한 낭만이나 감상이 없다. 대신 저자는 여행 통계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동거리,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난 횟수, 자전거를 고칠 때의 최저 기온 등 치열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동행한 친구와 말다툼한 횟수, 기차역·공중화장실에서 잔 날짜 등 ‘정작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기록도 있다. 21개 언어의 인사법을 배웠고 처음 만난 그에게 잠자리를 허락해준 200여 명도 만났다. 저자가 여행을 통해 배운 건 ‘인생을 모험처럼 사는 법’이다. 김승욱 옮김.

『은밀한 갤러리』도널드 톰슨, 리더스북, 2만원

‘이 작품의 예술성이 높은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이자 현대미술컬렉터인 저자는 작가와 갤러리, 경매회사의 이름값이 작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즘 현대미술시장을 파헤친다. 1년여에 걸친 탐방과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보여준 미술작품 가격형성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결론을 말하자면 작품의 예술성이나 구매자의 논리적 판단이 아닌, 돈이 작품을 만들고 작품이 다시 돈을 벌어준다는 것이다. 낙찰에 실패한 작품을 되살리는 방법, 작품을 배치하는 순서 등 작품 가격을 높이려는 경매회사들의 전략, 수집가와 작가를 관리하는 방법 등도 실례로 보여준다. 데미언 허스트, 앤디 워홀, 제프 쿤스, 트레이시 애민 등이 현대미술 수퍼스타로 떠오른 과정도 추적한다. 김민주·송희령 옮김

『삼수탑』요코미조 세이시, 시공사, 1만2000원

일본 추리소설가인 저자의 9번째 국내 출간작이다. 세 사람의 머리를 공양해 놓은 ‘삼수탑’을 배경으로 욕망과 죄악이 얽힌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1955년 잡지‘소년구락부’에 1년간 연재된 작품으로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기존에 출간된 저자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를 접한 독자라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이 책은 정교하게 다듬은 본격 추리소설이라기보다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작품이 실린 잡지의 대중성과 당시 유행을 반영한 때문이다. 1인칭(여성) 시점이란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인물의 감정에 의해 사건이 전개되고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요코미조특유의 탐미적이면서 관능적인 스타일, 범인의 의외성을 안배한 노련함 등이 살아있다는 평이다. 정명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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