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 열전] 제임스 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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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은 작곡가 제임스 호너(46) 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사운드트랙 앨범이 2천5백만장이 팔려나간 영화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주제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에일리언' (86년) '꿈의 구장' (89년) '아폴로 13호' (95년) 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수상은 처음이다. '에일리언' 에서 카메론 감독과 작업할 때 작곡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 다시는 서로 만나지 않겠다던 결심은 10년만에 깨지고 말았다.

'타이타닉' 을 비롯, '딥 임팩트' '조로의 가면' (이상 98년) '패트리어트 게임' (92년) 등에 애틋한 백파이프로 채색된 아일랜드 민속음악이 흐른다. 이국정서가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는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적격이기 때문이다.

호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세트 디자이너의 아들로 태어나 5세 때부터 피아노 시작했다.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게오르규 리게티를 사사하고 남가주대 음대를 거쳐 UCLA에서 작곡으로 박사학위을 받았다.

78년 모교에서 음악이론을 강의하던 중 미국영화연구소(AFI) 로부터 78년 영화음악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관현악곡 '스펙트럼의 빛' 의 연주 문제로 골치가 아프던 참이었다. 이 작품은 불과 4백명의 청중 앞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가 단 한번 초연되고 잊혀졌다. 이때 그가 느낀 좌절감은 아카데믹한 작품을 때려치우고 영화음악으로 방향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상아탑에 안주하는 작곡가에게는 미래가 없다. 연주기회를 손에 넣기 위해선 구걸하고 빌려야 하고 때로는 훔치기도 해야 한다. 게다가 리허설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다. 많지 않은 청중의 절반은 연주 도중 코를 골면서 잠들어 있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영화음악에 매료된 그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위주로 만드는 로저 코먼의 뉴월드영화사에 취직, SF나 공포영화의 음악을 맡았다. 제임스 카메론은 바로 코먼 밑에서 일하던 촬영감독이었다.

호너의 블록버스터 데뷔작이자 출세작은 '스타 트랙 2' (82년) . 이밖에도 '펠리칸 브리프' (93년) , 골든 글로브상 수상작 '가을의 전설' (95년) 등의 작품이 있다.

호너는 91년 제리 골드스미스.존 윌리엄스에 이어 유니버설 영화 팡파르(7분) 를 작곡하는 영예를 얻게 됐다. 이 팡파르는 '아폴로 13호' '쥬라기 공원' 에서 들을 수 있다. 요즘 나오는 팡파르는 골드스미스의 작품이다.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출시된 '백 투 타이타닉' 은 영화 사운드트랙을 콘서트용 모음곡으로 편곡한 것. '스펙트럼의 빛' 이후 첫 연주회용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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