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주 그리고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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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지 않아 좋은 예술'. 골머리 썩히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이게 뭘까 양미간 찌푸리지 않고 그림을 볼 수 있다면, 그냥 눈 감고 잠에 빠져들 듯 음악에 젖어들 수 있다면…. 김원숙, 이왈종, 김병종 세 사람의 화가와 함께 이 가을 쉽고 편안한 그림의 세계로 떠나보자. 3~1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조화랑에서 30여점의 작품으로 3인전이 열린다.

타이틀 '서울 제주 그리고 뉴욕'에서 알 수 있듯 세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멀다. 김병종(46) 씨는 서울에서, 이왈종(54) 씨는 제주 서귀포에서, 김원숙(46) 씨는 미국 뉴욕에서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을 생각하면 그 거리는 한결 좁아진다. '대중성'. IMF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화단에서 작품 활동도 왕성하면서 동시에 판매 역시 활발한 그림으로 꼽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지 시류에 영합하는 작품이라고 고개를 외로 꼬기는 어렵다. 점점 난해해져가는 현대 미술에 일반인이 외면하기 시작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소박하고 따뜻한 정서(김병종), 삶의 체취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작가(이왈종), 가슴을 애틋하게 시를 쓰게 만드는 작품(김원숙)" 이라고 각각의 장점을 설명한다. 삶의 냄새가 묻어 있기에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김원숙씨는 북한 결핵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유진 벨 재단 스티브 린튼의 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간 필라델피아.도쿄.함부르크.파리 등 세계 각 곳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김병종 서울대 교수(동양화과)는 지난해 두번의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고 문학적 기량과 예술적 감성을 접목한 '화첩기행'을 출간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세 차례 개인전을 열면서 장지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특유의 방법으로 주목받아온 중진이다. 02-73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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