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수비와 주루플레이가 P.O 향방 좌우

중앙일보

입력

작은 수비 실책이 경기 향방을 가를 것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하일성 방송 해설위원이 매년 플레이오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딱 꼬집어서 우승팀을 말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마지막에 토를달때 즐겨사용하는 말이다.

세계 어디서나 야구는 똑같은 법. 올시즌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의 결과는 다시 한번 수비와 주루 플레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웠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부터 월드시리즈까지 에러를 많이 한 팀이 시리즈를 이긴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먼저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를 돌아보자.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4개의 실책을 범한 것중 2개가 득점으로 연결시켜줘 패배를 자초했다.

투,타에서 우세할것으로 예상됐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뉴욕 메츠에게 완패당할 것은 바로 수비의 열세 때문이었다.

애리조나팬이라면 마지막 4차전에서 메츠 토드 프렛의 홈런을 애리조나 중견수 스티브 핀리가 좀더 높이 점프 했다면 잡을 수 있었는데 하며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시리즈를 통해 메츠가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는 동안 애리조나는 무려 5개나 기록했다.

애리조나는 또한 하나의 도루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무려 8개나 도루를 허용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애리조나의 포수가 메츠 도루주자를 한명도 못잡고 수비력의 헛점을 보여준것이다.

메츠는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리즈에서 애리조나 포수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가을 실감했다.

메츠가 허용한 14개의 도루는 왜 포수 피아자가 6차전에 잔 스몰츠에게 홈런을 뽑아내고도 기뻐하는 내색없이 베이스를 돌았는지를 설명해준다.

멜빈 모라, 리키 헨더슨의 빛나는 외야 어시스트와 철벽 내야진의 더블플레이 수는 메츠가 애틀랜타에 압도적으로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패배한 까닭은 바로 도루주자를 못잡은 것에 있었다.

메츠는 7번의 도루 시도중 4차례 성공한 반면 애틀랜타는 14차례 도루성공에 실패는 4번 밖에 되지 않았다. 팽팽했던 마지막 6차전에서 애틀랜타는 도루를 6번이나 성공해 투수, 포수의 수비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나게 해주었다

실책수는 메츠 8개, 애틀랜타 7개로 별 차이가 없었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를 보면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양키스는 각각 2개씩 실책을 범했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각각 3차례 에러를 했다.

양키스의 2차례 에러는 득점과 연결되지 않은 반면 레인저스의 2개중 1개의 실책은 2실점과 연결되는등 대량실점의 실마리가 되었다.

양키스는 더블 플레이에서도 5대1로 앞서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수비가 뒷받침 되었다.

인디언스는 조금 예외였다.

인디언스는 에러수에서 레드삭스와 같지만 더블 플레이와 어시스트에서 앞서고 도루를 5개 성공시키는 등 전반적으로 보스턴에 앞선 수비능력를 선보였다.

엄청나게 점수를 주는 투수들 앞에서는 수비로서 막는 대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 역시 10개의 실책을 범한 레드삭스가 5개의 양키스를 이길수는 없었다. 또한 양키스가 7개의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동안 레드삭스는 한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애틀랜타의 사이영상 3총사가 모두 수비때문에 무너 졌다는 사실은 좋은 투수뒤에는 좋은 수비가 있다는 명언을 실감나게 해준다.

1차전 그렉 매덕스는 브라이언 헌터의 2개 에러에 제물이 되었고, 3차전에서는 수비 좋기로 이름난 브라이언 조던이 1회초부터 플라이 볼을 놓쳐 실점으로 연결시켜줘 선발 탐 글래빈을 김빠지게 만들었다.

4차전에선 라이언 클레스코가 3회말을 끝내는 병살타성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3실점의 원인을 제공했다.

2차전은 바비 콕스 감독의 어이없는 용병술(사실 결과가 좋았으면 정반대 평가가 나왔을 지도 모르지만)로 경기를 거저 내줬다.

콕스 감독은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2루수, 유격수, 포수를 백업 플레이를 하던 선수들을 선발 출장시켜 놓고 그들이 실수할때마다 머리를 움켜쥐어야 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애틀랜타 수비가 올 겨울 감독교체설로 칵스 감독을 불안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플레이 오프를 통해서 또 한번 확인된 명언이 있다.

"좋은 투수는 좋은 타자를 이긴다."

요즘 메이저리그의 추세가 수비수 보다는 공격력이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사실 한방있는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야구의 기본은 수비.

아마도 올시즌 플레이오프가 수비수와 투수들의 몸값을 올려놓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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