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전문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살고픈 집과 사고픈 집은 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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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진단이나 재테크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에 가끔 발표되곤 한다.

최근 아주대 교수팀은 아파트 등 주택 유형별 선호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고 이에 앞서 주택산업연구원은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원주택 거주 여부를 묻는 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아주대 교수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단독.빌라.연립주택.아파트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유형은 단독주택이고 그 다음은 빌라.연립주택.저층 아파트.고층 아파트 순으로 나타났다.

얼핏 생각하면 그 결과에 수긍이 가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재테크 수단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유형은 아파트고 단독주택은 환금성이 떨어져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차가 크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조사자(1천5백36명)의 73.3%가 시골의 전원주택으로 이주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결과가 사실이라면 도시 근교에 수없는 전원주택 단지가 조성돼야 하고 분양 경쟁도 치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수없이 조성된 전원주택 단지가 팔리지 않아 그대로 남아있고 관련업체 도산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욕망은 단지 꿈일 뿐이다.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보다 정원이 달린 아담한 단독주택을 갖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물론 실행에 옮긴 사람도 있고 이주계획을 세운 사람도 적잖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그런 수요는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교통.학교.편의시설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외곽으로 나갈 수 없는 현실이고 단독주택 좋은 줄 알지만 이주결심은 쉽지않다.

내부 구조도 그렇고 방범.주변 여건 등 여러가지가 현실에 맞지 않아 단독주택 거주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을 재테크 문제로 연결해 보면 설문조사를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보기 딱 알맞다는 얘기가 된다.

전원주택 업체들이야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지금이라도 당장 집을 마련해놓으라고 권유할 것이다. 수요가 많으면 나중 값이 올라 재테크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이들의 설명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공기좋은 전원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과 꿈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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