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 조평통 대화 제안, 무게감 둘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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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하루 전 남북 당국대화 재개 제안과 관련해 “조평통은 대화를 하는 주체가 아니라 선동하고 선전하는 기관”이라며 “진실로 대화를 할 것 같으면 대화할 주체가 나와서 우리 측 카운터파트에 통보하고 제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평통에 대해 무게감을 둘 필요는 없다”며 “(북한이) 행동을 취해 오면 어젠다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서 (당국 대화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평통의 남측 상대는 그동안 통일부가 맡아왔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현인택 장관 앞으로 당국 대화 제의를 담은 대남 전통문을 보내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3개 지 신년공동사설 등을 통해 새해 벽두부터 대남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이 금명간 전화통지문을 통해 구체적 제안을 해올 것으로 본다”며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 등을 내세운 당국 및 적십자 회담 제의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주말에 현인택 장관 주재의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북한의 회담 공세는 가해자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우라늄 핵개발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북측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만큼 우리가 먼저 나서거나 호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 내에서는 이르면 금주 시작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논의와 19일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면서 남북대화 문제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평통은 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으로 내보낸 담화에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한다”며 “당국회담의 급(級)과 장소·시일은 쌍방이 합의하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단된 적십자 회담과 금강산 관광 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 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재개 (해야)한다”며 “장소는 개성으로 하고 날짜는 1월 말 또는 2월 상순으로 할 것을 제의한다”고 강조했다. 조평통은 판문점 남북 적십자 채널과 개성공단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동결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평통은 지난해 천안함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5·24 대북조치에 반발해 이튿날 “북남관계 전면폐쇄”를 선언한 뒤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대화와 접촉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영종·서승욱 기자

◆조평통=4·19 혁명 이후 대남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1961년 5월 급조한 노동당 대남 전위조직이다. 노동당의 통일·남북대화 관련 입장을 옹호하고 담화·성명 등으로 반정부 모략과 남남갈등을 조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위원장은 91년 허담 사망 이후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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