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최지성 부회장이 왜 회장님을 무서워하는지 아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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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왼쪽)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소비자가전쇼(CES)를 찾았다. 오른쪽은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 [뉴시스]

미국 서부시간으로 7일 오전 11시30분. 이재용(43) 삼성전자 사장이 소비자가전쇼(CES)가 열리는 미국 라이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삼성관에 급히 들어섰다. 구본준(60) LG전자 부회장이 삼성관을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4일 전용기를 이용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지만 그동안 행사장을 방문하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와 미팅이 너무 많아 일정을 소화하기 빠듯해서”라고 이유를 전했다.

  전시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는 사장 승진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난 첫 출장지다. 그는 매년 1월 열리는 CES에 2007년부터 얼굴을 알려 왔다. 구 부회장을 배웅한 이 사장은 삼성관에서 기자단과 마주치자 웃음 띤 얼굴로 “아버님의 도전정신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해 들어 이건희 회장이 주문한 내용은.

 “회장님은 끝없이 도전하는 분이다. 전문 엔지니어나 금융전문가, 전문 영업맨은 아니지만 모든 사물에 대해 종합적이면서 입체적으로 보는 시각과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 내가 회장님의 도전정신을 똑같이 따라 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소화해 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또 회장님은 개인 일이든 회사일이든 지고는 못 배기는 DNA를 갖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그런대로 좋은 편이었지만 자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전진해 나가자는 게 회장님의 일관된 메시지다. 도전정신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회장님을 따라잡을 사람이 없다. 천하의 최지성 부회장 같은 경영자도 회장님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웃음).”

 -사장 승진 소감은.

 “역할이 변한 게 없는데 주위에서 기대가 커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책임이 무겁다.”

 -사장 승진 후 첫 CES 출장인데 어떤 일을 했나.

 “여러 거래처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이 사장은 베스트바이 같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4대 통신사 등 거래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이 사장은 이날 오후 3시간가량 소니·파나소닉·모토로라·도시바·LG전자 등 경쟁사 부스를 찾아 전자업계 기술 동향을 점검했다. 특히 3D(3차원) TV와 차세대 통신망(4G)용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각 부스에서 3D TV용 안경을 직접 써 보면서 경쟁사 제품 성능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심재우 기자, 라스베이거스=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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