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의란 무엇인가’ 지식콘서트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특강을 방송하는 EBS-TV의 ‘하버드 특강-정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출판계를 달궜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TV로 이어지고 있다. EBS-TV가 3일부터 방송 중인 12부작 ‘하버드 특강-정의’다. 하버드대 학부생 7000명 중 1000명이 수강하는 강의 실황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하버드 특강-정의’는 3일 밤 12시 첫 방송에서 평소의 두 배에 이르는 시청률을 기록했다(전국 시청률 0.90%). 수도권에선 EBS 심야 프로로는 이례적으로 1%를 넘겼다(1.15% 3일). 지난해 ‘정의의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이 올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식채널 EBS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고품격 강연 콘텐트’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입증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

 ‘하버드 특강’의 돌풍은 방송 전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감지됐다. 방송 시작 한 달 반 전부터 트위터에서 자발적으로 방송을 알리는 글이 올라오며 붐을 이뤘다. 첫 방송 다음 날인 4일에는 재방 요청이 밀려들기도 했다.

 방송 후 트위터, 시청자 게시판에도 호평이 줄을 이었다. “노트 필기를 해가며 본 건 처음이다. 책보다 특강의 재미가 더한 것 같다”(JIYU_KIM!! RT @purplia), “인문학이 고사 위기라는데, 수준 높은 인문학 강의를 TV를 통해 볼 수 있어 감사하다”(조영욱) 등이 올라왔다.

 주요 인기 요인으론 샌델 교수의 자유롭고 수준 높은 토론식 강의가 꼽힌다. 시청자들은 “하버드 교수들은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는지 궁금했는데, 열린 학습으로 살아있는 수업을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손주완), “어려운 내용을 쉽게 예시를 들어가며 즐겁게 토론한다. 그간 내가 중·고·대학교에서 들어온 수업과 비교하니 안타깝다”(김주연)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김경집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는 “대학에서 50명만 넘어도 활기찬 피드백을 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은데 샌델은 무려 1000명을 대상으로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에 접근하는 생동감을 보여준다. 이는 분명 강의자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권혁미 PD는 “강의의 현장성, 내용 자체에서 오는 매력, 샌델 교수와 학생들의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토론형 수업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며 “그간 생생하고 흡입력 있는 인문학 강의에 대한 갈증이 우리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BS는 10일부터 방영 시간을 매주 월~수 밤 11시10분으로 50분 앞당긴다. 14일부터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0분에 기존 방영분 3편을 연속 재방송한다. 이달 말에는 DVD도 내놓을 예정이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했다. 1981년 교보문고 개점 이후 종합 1위에 오른 최초의 인문서다. 공정사회와 정의에 대한 사회적 열망, 30~40대 남성독자 중심의 인문서 바람 등과 함께 80만 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양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