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안,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는 안 보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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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10면

조평통의 당국회담 제안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조평통 담화는 지난 5일 연합성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기는 힘들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 주요 간부들은 담화 발표 직후인 오전 11시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북 대화 제의 대응책 고심하는 통일부

이 회의에선 북측이 구체적 대화를 제의했지만, 연합성명의 연장선에서 회담을 제의하고 이를 통신매체를 통해 공개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진정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했던 남북 간 판문점 적십자 채널과 개성공단 내 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북이 실제 복원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에 제기한 내용에는 구체적인 사항들도 들어 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의 태도를 봐 가면서 대응 방향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한국 입장이 쉽지 않다. 우선 북한은 이 대화 제의로 손해 볼 게 없다. 잇따른 대화 제의를 통해 “6자회담 재개의 전제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과 중국에 성의를 표시하고 있다. 동시에 남북 대화가 이뤄지면 ‘남쪽의 경제적 협력’을 통해 경제난 해소에도 득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주변 환경도 변하고 있다. 우선 미국이 그렇다. 뉴욕 타임스는 6일 베이징발로 “미국의 대북 정책기조가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방문을 계기로 대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방문한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조만간 시작됐으면 좋을 것’이라는 희망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보즈워스의 이런 언급은 미국이 지난 2년간 견지해 온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6자회담을 위한 환경 정지’에 미국과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이란 상처를 갖고 있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 앞에 ‘고집’을 피우면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에 대담한 역제의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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