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불법 당비’ 전공노 전 위원장 징역 1년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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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놓여진 이름을 확인하고 앉으세요.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손 들고 대답해 주세요. 오OO씨, 명OO씨….”

 6일 오후 1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 법원 직원이 ‘민노당 불법 당비 납부 사건’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피고인의 출석을 부르고 있다. 몇몇 피고인은 법정 문 앞에 붙은 ‘피고인 지정석 배치도’ 앞에 모여 있다. 마치 관객들이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 좌석배치도를 보고 자리를 확인하듯이. 피고인석은 물론 방청석 셋째 줄까지 피고인의 이름·주민등록번호·거주지 등이 적힌 종이가 좌석마다 놓여 있다.

 왜 이런 장면이 벌어진 걸까. 이 사건 피고인이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 183명과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 90명 등 273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도 형사22·23부가 136명·137명씩 나눠 맡았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재판 때마다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중 지방공무원과 교사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 때문에 두 재판부는 우선 전교조·전공노 위원장과 교사·공무원 1명씩 4명의 피고인만을 대상으로 7개월 동안 심리를 해왔다. 그러나 오는 26일 선고를 앞두고 모든 피고인을 상대로 결심 재판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두 재판부는 법정 상황 등을 고려해 각기 교사·공무원별로 한 차례씩 나흘에 걸쳐 ‘릴레이 결심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6일이 바로 이 ‘릴레이 재판’의 첫날이었다.

 이날은 23부(부장 홍승면)가 맡은 전공노 소속 피고인 46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미 증거조사를 거의 마친 상태였지만 대부분의 피고인에겐 ‘첫 재판’인 점을 감안해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의 주장을 1시간씩 펼쳤다.

 검찰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으로서 집단적으로 정당에 가입해 활동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전 전공노 위원장 손영태씨에게 징역 1년을, 나머지 45명의 공무원에게 벌금 100만원~징역 10월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 김모씨는 “한 달에 1만원 후원하는 것이 위법한 일인지 몰랐다.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은 정당 운영자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2시 273명이 한꺼번에 선고를 받게 될 예정이다.

구희령 기자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줄임말.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과 공무원의 노동조건 개선,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해 2002년 결성됐다. 출범 당시 조합원이 7만여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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