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망해보니 광고·재고관리 길이 보이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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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망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전체 창업자의 70% 이상이 6개월 내에 사업을 접는다는 냉혹한 인터넷 쇼핑몰 시장. 이곳에서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두 명의 쇼핑몰 창업자를 만났다.

유럽풍 클래식 자전거를 수입해 파는 자출사(www.jachulsa.com)의 손지오(30) 대표, 그리고 이니셜을 새겨 맞춤형 액세서리를 만들어 주는 럭스이니셜(www.luxinitial.com)의 이태곤(31) 대표다. 두 사람 모두 월평균 매출이 1000만원이 넘는 대박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처음 실패에서 귀한 교훈을 배웠고, 그 덕에 지금의 쇼핑몰을 일으켰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쇼핑몰 재기의 법칙’을 꼽아봤다.

임미진 기자

① 자만하지 마라

패션 쇼핑몰 실패 뒤 수입 자전거 쇼핑몰로 재기에 성공한 손지오씨.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전공과 경력을 살려 첫 쇼핑몰을 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인 손씨는 2007년 여름 유럽풍 남성 패션 쇼핑몰을, 가구회사 영업사원 출신인 이씨는 2006년 초 고가 수입가구 쇼핑몰을 차렸다. 손씨는 “이 분야를 잘 안다는 자만이 독이 됐다”고 돌아본다. 손씨는 기존에 한국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유럽 히피 패션을 들여왔다. 화려한 색감과 슬림한 핏 등 유럽에서도 첨단으로 꼽히는 패션이었다. 이씨는 수백만, 수천만원대 수입가구를 시중 가격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팔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고객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손씨는 7개월 만에, 이씨는 10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두 사람 모두 2000만원가량의 초기 자본금을 날렸다.

② 고객층을 넓게 잡아라

이들이 꼽는 첫 사업의 실패 원인은 고객층을 너무 좁게 잡았다는 것이다. 손씨의 경우 유럽 첨단 히피 패션을 들여왔지만 국내 소비자에겐 외면을 당했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무채색의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일부 매니어층 덕분에 적은 매출이 근근이 이어지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 손씨의 설명이다. 이씨 역시 평범한 이들이 인터넷으로 선뜻 사기엔 비싼 가구를 팔아 외면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가 가구를 사는 중년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보다 매장 방문을 선호한다는 것을 계산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래서 두 번째 창업에선 누구나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저가 제품, 인터넷 쇼핑이 익숙한 10, 20대가 선호할 만한 아이템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③ 광고비 펑펑 쓰지 마라

쇼핑몰을 내긴 했는데, 어떻게 알려야 하나. 처음 쇼핑몰을 차리는 창업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이때 무조건 광고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엔 포털 사이트의 검색·키워드 광고가 쇼핑몰을 알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쓴 돈만 수백만원이 넘는다. “광고 효과는 없는 것 같은데 하루에 수십만원씩 광고비가 들기도 했다”고 손씨는 말한다. 두 번째 창업에선 광고비를 아꼈다. 손씨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자전거 관련 글을 올리는 식으로 ‘발품 홍보’를 했다. 일일이 글을 쓰는 게 힘들었지만,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었다. 이씨는 광고 효과를 철저히 따져 광고비를 쓰기 시작했다. 이씨는 “밸런타인 데이나 크리스마스, 명절 직후가 10~20대들 사이에선 대목”이라며 “이 시기엔 집중적으로 광고를 해 광고 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④ 재고 안고 가지 마라

쇼핑몰이 실패하면 가장 큰 부담으로 남는 것이 재고다. 두 사람 다 첫 번째 실패에서 남은 재고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다행히 손씨는 재고 땡처리 사이트에서 재고와 쇼핑몰을 500만원에 팔아 두 번째 사업 종잣돈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씨는 지금도 방 한구석에 8박스의 인테리어 소품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두 번째 사업에선 재고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예 단 2대의 자전거만 들여와 사업을 시작했다. “무작정 제품부터 사들였다간 잘 안 팔렸을 때 고스란히 손해로 남거든요.” 이후 주문이 몰리면서 점차 매입량을 늘려갔다. 이씨는 아예 재고가 있을 수 없는 주문 맞춤형 아이템을 잡았다. 그는 “재고 없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최고의 아이템”이라며 웃었다.

⑤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라

맞춤형 이니셜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태곤씨는 “재고를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실패 시 부담이 적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두 번째 쇼핑몰 성공에 대해 “아이템도 좋았지만 차별화 전략이 잘 먹혔다”고 분석한다. 손씨의 자전거 쇼핑몰은 예쁜 사진으로 유명하다. 패션을 전공한 감각을 살려서 사진 한 컷 한 컷을 유럽풍 화보처럼 찍은 덕분이다. 사진이 예뻐 입소문이 나다 보니 유명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협찬 제의까지 받았다. 드라마에 협찬한 쇼핑몰이란 소문이 난 뒤론 더 승승장구했다. 이씨가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는 편한 사이트와 빠른 배송.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글씨체를 찾을 수 있도록 공들여 사이트를 설계했다. 다른 사이트는 물건 제작과 배송까지 5~6일이 걸렸지만, 이씨는 이를 3~4일로 단축했다. 천안에 사는 한 고객이 다급해하자 오전에 주문한 목걸이를 오후에 버스로 보내 드린 적도 있다. 이씨는 “이런 서비스가 소문이 나면 단골이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⑥ 가볍게 시작하라

쇼핑몰을 막 열면 일이 너무 많다. 쇼핑몰 운영도 해야 하고, 광고도 해야 하고, 물건도 매입해야 하고, 이를 포장·배송까지 해야 한다. 두 창업자 모두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했다. 손씨는 “어찌나 바쁜지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직원을 두자니 사업이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일을 고스란히 혼자 부담한 것. 오프라인 매장도 물론 두지 않았다. 손씨는 지인의 자전거 매장을 통해 자전거를 매입했다. 이씨는 종로에서 금은방을 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손씨는 “처음엔 심지어 아파트 방 한쪽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포장해 배송했다”며 “가볍게 시작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 현재 손씨는 경기도 김포시에 300㎡의 매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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