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소설 본문보다 해설이 더 길다? 『허클베리 핀 … 』 새로 읽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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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현대 소설의 대부로 통하는 마크 트웨인(1835∼1910). 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위대한 미국 소설’로 공인 받게 된 데는 헤밍웨이의 공이 컸다.

 윌리엄 포크너는 트웨인을 가르켜 “유럽에서라면 4급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진부한 작가”라고 혹평한 바 있다. D H 로렌스도 트웨인을 탐탁치 않아 했다. 헤밍웨이는 이런 ‘트웨인 저평가’를 일순간 반전시켰다. “현대의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그 이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이후에도 그만큼 훌륭한 것은 없었다”고 극찬했다. 헤밍웨이가 흥분하자 그의 친구 스콧 피츠제럴드도 ‘트웨인 바로 세우기’에 가세했다.

 흑인 속어 가득한 불한당 소설에서 위대한 미국소설로까지, 평가가 널뛰기하며 후세 독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 작품을 소설 본문보다 긴 해설·주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나왔다. 941쪽, 두툼한 분량의 『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현대문학)이다. 앞에 소개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정전화(正典化) 과정이 무려 200쪽 넘는 해설 안에 소개돼 있다. 해설은 미국 아동문학 권위자 마이클 패트릭 히언이 썼다.

 역시 그가 붙인 주석도 방대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종 문물, 언어 등에 대한 백과사전식 정보가 담겨 있어 흥미롭다. 가령 허클베리는 우리나라 산앵두와 비슷한 블루베리 류의 과일이다. 트웨인은 고향마을 주정뱅이 이름에서 착안, 핀(Finn)을 따서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지었다. 비천한 출신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작품 첫머리 ‘일러두기’에서 트웨인은 4가지 사투리가 사용됐다고 밝힌다. 이에 대한 히언의 주석은 본문보다 작은 크기 활자로 무려 4쪽에 걸쳐져 있다.

 주석서는 시리즈로 나온다. 고전 깊이 읽기다. 『월든』 『빨강머리 앤』 『오만과 편견』 등의 주석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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