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자흐스탄 시장경제 이끄는 인재 산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에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국제대학이 있다. KIMEP(Kazakhstan Institute of Management, Econo­mics and Strategic Research), 즉 카자흐스탄 경영·경제·전략 연구소란 이름의 대학이다. 중앙아시아의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한 이 대학의 이사장이자 총장은 한국인 방찬영(74·사진) 박사다. 업무 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방 총장을 최근 만나 현지 정황과 교육사업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카자흐스탄은 석유와 우라늄·철·크롬에 이르는 각종 천연자원으로 유명하다. 현재 경제사정은.

 “2009년 추정치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19달러에 이른다. CIS(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의 연합체) 가운데 러시아(8694달러) 다음으로 많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1만1693달러나 된다. 국제 금융위기 이전까지 10년간 매년 9~10%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금융위기 영향으로 지난해 1.2%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7.2%, 내년 8.5%를 기록해 예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될 것으로 본다. 한반도의 11배나 되는 272만 ㎦의 면적에 1600만의 인구가 살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크다.”

 -경제 성장 원동력은.

 “매장량이 세계 4위라는 석유 등 천연자원이 큰 힘이 된 게 사실이지만, 사실은 국영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적극적인 시장경제 정책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중앙아시아의 박정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의지로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부터 성장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특히 생산성이 떨어지던 국영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해 시장경제로 이행했다. 그 결과 고도성장을 이뤘다. 2000년에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외채를 전액 갚았다. 예정보다 2년 빨랐다. 독립 초기 경제사정이 비슷했던 이웃 우즈베키스탄은 민영화와 시장경제 이행이 더딘 바람에 2000년대 초기까지 1인당 GDP가 500~6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가 올해 1320달러에 이르렀다. 카자흐스탄의 고성장은 분명 시장경제의 승리다.”

 -독립 초기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서 카자흐스탄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나.

 “90년대 초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이 앞다퉈 시장경제로 개혁을 할 때 나는 전문가로 영입돼 카자흐스탄 경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장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강력한 시장경제를 원했다. 나는 국영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성장 유도를 조언했고,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카자흐스탄의 시장경제 이행 경험은 나중에 북한 붕괴 때 한국에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중앙아시아 명문대학 KIMEP를 운영하고 있다.

 “KIMEP는 카자흐스탄 최초의 서구식 교육기관이다. 현재 학생 수가 4000명이다. 지금까지 7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국회의원·시장·최고경영자와 다국적 기업 간부 등 카자흐스탄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재로 일하고 있다. 현지 P&G나 프라이스워터스쿠퍼스 지사 같은 주요 다국적기업 직원은 80% 이상이 KIMEP 출신이다. 카자흐스탄 시장경제는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학생도 40여 명 다니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대학을 키운 비결은.

 “교수진과 학사운영 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 교수 200명 가운데 80명이 미국박사다. 아이비리그 출신도 많다. CIS 지역 대학 중 미국박사 비율이 가장 높다. 나머지도 서구에서 공부했다. 미국 기준으로도 낮지 않은, 8만7000달러 이상의 고연봉을 주고 교수를 초빙한다. 한국인 교수도 4명이 있다. KIMEP 특징 중 하나가 투명성이다. 카자흐스탄 경제사회 수준은 아직도 한국 70년대 수준이다. 하지만 KIMEP는 서구 수준으로 모든 것을 공개하며 투명하게 운영한다. 학생들은 연간 미화 6000달러 수준의 학비를 내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그동안 집요하게 학생복지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전체 학생의 30%가 장학금 을 받는다.”

 -교육자로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는.

 “눈을 전 세계로 넓히라고 말하고 싶다. 용기를 갖고 중앙아시아 같은 기회의 땅에서 새 삶을 개척하도록 권하고 싶다. 국제감각을 가진 한국 출신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 일해도 이점이 있다.”

글=채인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방찬영 박사=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에서 경제학과장과 아시아문제연구소장을 지내다 카자흐스탄 대통령 경제보좌관(91-94년)으로 발탁됐다. 91년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이 나라가 시장경제와 민영화를 추진하도록 이끌었다. 그 인연으로 원래 공산당 간부학교였던 이 대학의 경제·경영 대학원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원장(92-94년)를 지내다 98년 아예 대학 지분 60%를 인수했다. 그 뒤 이 대학을 카자흐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의 명문 국제대학으로 키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