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골 시장에 소형만 온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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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가시장에는 최근 2~3년 전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파트 매매와 분양 시장이 워낙 침체되다 보니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과 함께 함께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1억~2억원 정도 초기 자금만 가지면 살 수 있는 오피스텔과 달리 상가의 경우 과거부터 초기 비용이 워낙 많이 필요하고 임대인 찾기가 힘들어 문턱이 다소 높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상가분양업체들도 상가 규모를 쪼개고 분양가를 낮춰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물건이 많았다.

이로 인해 서울•수도권에선 크기는 전용 40㎡ 이하, 값은 3억원을 넘지 않는 소형 상가의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서울 중랑구 묵동의 GS자이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1억5000만원 이하인 33㎡ 이하 소형은 분양 두 달 만에 80% 이상 팔렸지만 그 이상 크기의 면적은 계약률이 40% 정도다. 4억여원을 들여 23㎡짜리 3개 점포를 임대 목적으로 구입한 투자자도 있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들어서는 에이스타운 상가도 33~49㎡형 소형 상가가 단기간에 팔렸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1층이나 목 좋은 상가 선호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투자자들이 자금 부담이 작은 소형 상가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분이 안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단지 내 미분양 상가들도 소형의 경우 잘 팔렸다. 경기도 의정부 녹양 1단지 내 상가와 경남 창원 반송지구에서 분양한 단지 내 상가 26~41㎡형 47개 점포는 지난 5월 대부분 유찰됐지만 9월에만 40개 점포나 팔렸다.

또 올해 마지막 공급된 LH의 단지내상가 입찰에선 70여억원(총72억3777만8900원)이 몰렸다.

12월 20~22일 진행된 수원호매실 3개단지 25실, 만덕6단지 3실, 대전목동 5실 등 33실 신규 입찰에서는 공급 전량이 낙찰됐다.

특히 59억34만3900원이 몰린 수원호매실의 경우 A-1BL(국임,980가구), A-2BL(국임,1270가구), A-3BL(국임,980가구)등 3개 단지 모두는 가구수가 풍부하고 신분당선 연장구간 개발 예정 호재의 이점으로 낙찰가격은 1억2000만원선에서 최고 5억8000만원선 수준으로 형성됐다.

▲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LH 단지 내 상가(전용24~59㎡형)는 첫 분양 때 대부분 소진됐다.


낙찰가률도 예정가격 대비 최고 364%선까지 치솟아 과열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상가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선임대 후분양 상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선임대 후분양 상가는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점포를 분양받으므로 투자자가 미리 수익률을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행 시공사의 부동나 사기 등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고 상가 개방 초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지 않아도 된다.

또 달라진 점이 대형 쇼핑몰의 상가 인기 급락이다. 올한해는 대형 쇼핑몰 내 분양가 1억원 이하인 6~9㎡짜리 점포는 외면받았다.

이 때문에 대형 쇼핑몰 등이 임대인들이 채워지지 않자리모델링을 통해 웨딩홀로 운영하는 곳도 많았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형 쇼핑몰은 점포가 1000개 이상이어서 소형이라도 희소가치가 떨어져 수요자들이 관심을 덜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빌딩 리모델링 후 임대료 상승

서울 수도권 빌딩에는 임대인을 찾지 못해 텅텅 빈 곳이 많았다. 경기침체로 임대료를 내지 못해 철수 하는 임대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내 대형빌딩은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이 상주하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지만 자영업자들이 주로 임대인인 도심 외곽 역세권의 5~10층 중소형 빌딩에는 6개월 넘게 임대인을 찾는 광고 전단이 붙어있는 곳이 수두룩했다.

이 때문에 일부 소형 빌딩 주인들은 리모델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고시원, 원룸 같은 주거용 부동산이다. 임대를 놓기 어려운 오피스 빌딩보다 수요가 많은 고시원, 원룸으로 바꾸면 수익률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신축할 때보다 투자비도 적게 들고 입주시기도 빨라져 향후 임차인을 찾기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 서울 상업용 건축물 거래량 조사. 자료:국토해양부

실제로 서울 관악구의 5층짜리 사무용 빌딩 2개 층은 올해 리모델링해 120실 규모의 고시원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임대가 안 돼 꽤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건물 4•5층을 임대하고 고시원 사업을 시작한 것.

전체 투자비용은 임대보증금과 월세, 리모델링 공사비를 들여 약 3억원 정도. 고시원 이용객 1명당 월 45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받고 있어 매월 5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뿐만 아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모텔을 일반 상가로 리모델링하거나 사우나를 스크린골프장, 여성전용 피트니스 등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경매를 통해 저가로 낙찰을 받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가치를 올리고서 되파는 전문 투자자도 느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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