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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 김연아 훈련 훔쳐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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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의 한 TV가 김연아(20·고려대·사진)의 훈련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보도까지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니혼TV는 26일 보도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김연아의 근황을 연말 결산 형식으로 다뤘다. 훈련장인 미국 LA ‘이스트웨스트아이스팰리스’ 2층 체력 단련실에서 뜀뛰기와 윗몸일으키기, 스트레칭 중인 김연아의 모습을 망원렌즈로 잡았다. 화면 아래쪽에는 ‘20일(월요일)에 촬영했다’는 자막도 친절하게 넣었다. 김연아의 올 시즌 쇼트 프로그램 ‘지젤’과 프리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가 완성된 뒤 촬영했다는 얘기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피겨 선수들은 대개 비공개로 훈련한다. 프로그램이 노출될 경우 상대 선수들이 이를 참고로 하거나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죽음의 무도’가 공개되면 라이벌 선수는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 훨씬 더 강렬하거나, 반대로 부드러운 프로그램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공개되기 전 프로그램을 미리 엿보는 것을 피겨에서는 절도로 친다.

 하지만 니혼TV 제작팀은 김연아의 프로그램 훈련 장면을 촬영한 건 물론이고, 그가 자주 찾는 일식당에 가 즐기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또 김연아가 최근 스케이트 부츠를 새로 주문했다는 것, 이 부츠가 지난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신었던 것보다 볼이 조금 좁아졌다는 내용까지 파헤쳤다.

 올 2월 전주에서 열렸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대회 때는 한 국내 팬이 호텔에 체크인하고 있는 일본 아사다 마오(20)를 촬영한 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일본스케이트연맹에 사과했던 일이 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 측 구희성 이사는 27일 “해당 방송국에 강하게 항의했다. 재발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네티즌들도 “스파이 행위”라며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상훈련은 물론 스케이팅 훈련 장면도 몰래 촬영해 일본 선수들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완전히 저버린 몰상식한 처사”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송사 측은 물론 일본스케이트연맹에도 항의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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