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콜레라 마녀사냥’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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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콜레라가 창궐한 아이티에서 ‘마녀사냥’이 유행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남서부 그랑세주에서 마법으로 콜레라를 확산시킨다는 이유로 ‘마녀’로 지목돼 살해당한 사람들이 이달에만 최소 45명에 달한다. AFP는 “희생자들은 ‘사악한 부두교 흑마법으로 콜레라를 퍼뜨린다’고 몰려 목이 매달리거나 아이티 전통칼인 마테체에 찔려 숨졌으며 시신은 거리 한복판에서 불태워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부두교 성직자로 알려졌다. 부두교는 서아프리카 종교와 기독교가 혼합된 아이티의 민간 신앙이다.

아이티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콜레라가 유행해 2600명이 사망하고 12만 명이 감염됐다. 25만 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1월 대지진으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아이티 정부는 콜레라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선 지진 당시 집을 잃은 이재민 100만여 명이 아직도 거리를 떠돌고 있어 방역과 위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티 정부는 지난주 “콜레라는 세균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달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부두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개인 위생에 신경 쓰면 걸리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지방에선 “부두교도들이 마법의 가루로 콜레라를 전염시켜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녀 사냥의 불길이 거세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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