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개봉 앞둔 화제의 공포영화〈블레어 윗치〉

중앙일보

입력

오는 30일 아주'희한한'미국영화 한편이 개봉된다. 마녀전설을 모티브로 한〈블레어 윗치〉 (원제 The Blair Witch Project)라는 저예산 공포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한 직후부터 외신을 타며 세계 각국에 화제를 뿌렸다. 단돈 35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그 4백배나 되는 1억4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깜짝 소식' 이 뉴스의 핵심이었다. 이런 고수익률은 할리우드에서는 전무한 일일 뿐더러 활황증시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그런 전대미문의 성공이 가능했을까.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앞다투어 이 영화를 커버스토리를 다루면서 공히'시대의 흐름을 바꾼 참신한 작품' 이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밀담을 주고받듯 맨투맨으로 접근해 잔뜩 호기심을 부추기는 방법으로 인터넷 'N세대' 를 철저히 공략한 결과 인터넷을 통한 흥행대작이라는 뜻에서 '웹블록버스터' 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같은 성공의 밑바탕이 된 영화의 줄거리는 황당하다. 2백년전 미국 멜리랜드주 버킷스빌 숲속의 마녀전설을 기반으로,현시점에서 그 비밀을 캐기 위한 일단의 젊은이들의 추적과 실종 등을 다큐멘터리와 허구로 교묘히 포장(사실은 다큐멘터리조차 허구여서 이야기 전체가 철저히 조작된 것임),살생(殺生)장면을 한번도 안 보여주면서도 극도의 공포감을 일으키는 심리스릴러의 새 문법을 제시했다. 〈식스센스〉〈큐브〉등 최근 인기를 끈 '심리공포' 의 선두 격인 셈.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넷마케팅' 은 이 영화 성공의 일등공신.제작과정에서 TV나 일반 문자매체 등을 통한 홍보를 일체 금하고 지난 4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사건일지나 전설에 얽힌 이야기를 조금씩 공개, 전세계적으로 무려 7천5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포인트 클릭(point click)'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 상영을 앞두고 개설된 홈페이지(www.blairwitch.co.kr)도 하루 평균 4천명 이상이 접속하고 있다.

또한〈블레어 윗치〉 는 다채널 마케팅을 시도했다. 영화만 봐서는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없게 여러 매체을 가동시킨 것. 즉 영화는 실종된 주인공들이 남긴 비디오 필름을 압축해 보여주고,나머지 실제 사건일지는 별도의 다큐멘터리로 장황하게 만들어 케이블TV나 책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나중에 관객들이 모두 챙겨봐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흥미를 자극한 것.국내 개봉을 앞서 영화전문 케이블 TV OCN(CH22)이'블레어 윗치의 저주' (22일 밤 12시)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것도 이 때문.영화에서 음악은 한번도 나오지 않지만 주인공이 남긴 CD를 활용,별도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을 낸 것도 다채널 마케팅의 한 기법이다.

이같은 전략이 과연 국내 시장에서도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보화시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총동원,참신한 아이디어로 신천지를 개척한 각본.감독 에드아르도 산체스와 댄 미릭의 기발한 상상력은 우리의 젊은 영화학도가 본받을 만한 좋은 교과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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