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과 투신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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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이 확정됨으로써 투신사 구조조정 구도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22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 금산법 개정안을 통해 부실금융기관의 지정요건에 투신사를 포함시키고 정부의 지원 방법도 출자 외에 출연, 유가증권 매입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신사는 예금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관, 즉 부보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예금보호대상 금융기관이 아니고 따라서 예금보험공사의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이 부분에 대한 법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투신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감자 등의 조치를 취한 뒤 정부예산을 투입하거나 국책은행을 통해 우회 투입해야만 한다.

그 이전에 환매사태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유동성 지원으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법개정 배경과 의미 = 정부는 그동안 은행과 재벌계열 투신사들은 대우채권손실부담으로 자본잠식이 일어날 경우 대주주들이 증자 등의 방법으로 이를 메우도록 하고 다만 대주주가 분명하지 않은데다 이미 상당폭의 자본잠식이 이뤄진 상태인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한투신과 한국투신 등 투신사는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호대상 금융기관이 아니고 투자기관이어서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금산법상으로 부실금융기관 지정도 어려웠다.

정부가 이번에 금산법을 개정한 것은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부실금융기관 지정요건은 예금보호대상 금융기관의 예금 등 채권이 지급 정지 상태에 있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예금 등 채권이란 예금자 등이 예금 등 금융거래에 의해 예금보호대상 금융기관에 대해 가지는 원금, 원본, 이자, 이익, 보험금 및 제지급금 기타 약정된 금전의 채권을 말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부실금융기관 지정요건에 예금채권이 지급정지상태에 있는 금융기관을 포함시켰다. 예금채권은 금산법상의 금융기관이 업무의 일환으로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조달한 금전에 대해 거래상대방이 가지는 채권이다. 투신사가 포함됐다는 말이다.

▶예보자금 아닌 정부예산 투입이나 국책은행 우회지원 = 금산법 개정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양천식 금감위 제2심의관은 금산법 개정내용은 투신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이로 인해 공적자금을 투신사에 직접 투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공사 자금은 부보금융기관이 아니면 투입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투신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현재로서는 예보자금을 동원할 수 없으며 대신 특별회계 등 정부예산을 투입하거나 국책은행을 통해 우회지원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예산을 투입하려면 현재 정기국회에 제출돼 있는 예산안을 수정해야 한다.

양 심의관은 투신사에 예보자금을 투입하려면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나 예금보호대상이 아닌 투자기관에 예금보험공사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정부의 투신사 경영정상화 의지이며 시장이 이를 받아들여 안정된다면 환매사태도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한꺼번에 대규모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필요할 경우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법을 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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