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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의 공부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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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학생은…
수학올림피아드 전국대회 금상, 물리올림피아드 전국대회 금상, 화학올림피아드 전국대회 은상, 경기도 수학경시대회 최우수상, 경기도 과학경시대회 금상, 아주대 영재교육원 4년, 서울과학고 합격(조기졸업)

김대성 학생은…
화학올림피아드 전국대회 은상, 생물올림피아드 전국대회 은상, 물리올림피아드 전국대회 동상, 경기도 수학경시대회 장려상, 고양시 실험탐구대회 우수상, 아주대 영재교육원 2년, 한국과학영재학교 합격

이달 12일 끝난 나이지리아 중학생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이 대만에 이어 종합 2위를 기록했다. 6명의 한국대표가 모두 금·은메달을 수상했다. 이 중 김대성(경기 행신중 3)군과 이동욱(경기 불곡중 2)군을 만나 수상비결과 수학·과학 학습 노하우를 들어봤다.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열린 중학생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한국대표단은 마지막날 열린 과학실험과제에서 최대 고비를 만났다. 3명씩 한조를 이뤄 물리·화학·생물 과목당 1명씩 담당을 맡아 실험 계획을 짜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다. 그런데 대표단 1팀에서 마음이 급한 나머지 실험 중간과정을 빠뜨린 것. 실험을 주도한 김군의 실수였다. 결과가 예상치보다 크게 빗나가자 원인을 분석한 후 다시 실험을 시작했다.

 보고서 작성시간이 부족했지만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틈틈이 보고서를 작성해준 팀원의 도움으로 겨우 시간 안에 제출할 수 있었다. 금메달을 수상한 김군은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었는데 실험 실패 과정까지 보고서를 작성해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은메달을 수상한 이군 역시 화학 실험 중 실수로 합성 용액병을 깨뜨리는 실수를 했다. 그는 “원래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일이 가끔 있다”며 “그게 실력이고 이를 극복해야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학 땐 조그마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보다 정확하게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겨울방학엔 지난학기 복습부터 철저히

 “선행학습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겨울방학엔 우선 복습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심화문제를 풀어 보면서 자신만의 감을 느껴봐야 합니다.”

 김군은 자신의 수학·과학 학습 비결로 복습과 ‘집요함’을 들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숫자놀이나 블록쌓기 등 수학적 원리를 이용하는 놀이를 즐겼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한 문제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 풀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렇다 보니 중학교 입학 후 김군의 공부 습관을 아는 부모와 학교 교사 등 주변으로부터 영재고 진학 권유를 받았다. 이는 곧 수학·과학학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가 됐다. 대학부설 영재교육원과 사설 영재교육기관에 다닌 것도 이 때부터다.

 김군은 “단순히 수학을 좋아해서 영재고나 과학고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며 “좋아하는 공부를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올림피아드 준비도 함께 시작했다. 그는 “국제올림피아드 금메달보다 국내대회 금상 수상이 훨씬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국내 시험 유형에 익숙한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다. 김군은 국내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는 최고상을 단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원래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김군은 웬만한 교재는 혼자 풀었다. 혼자 풀기 힘들다는 ‘하이탑’ 교재도 집에서 혼자 끝냈다. 학원에서는 기본 원리나 개념을 잡기 위한 실험을 위주로 하고 문제풀이나 교재연구는 집에서 해결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학원이나 영재교육원 등 도움을 받아 공부하는 시간보다 2배 정도 많았다.

 그런 공부 스타일이 올해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영재학교의 전형방향과 자연스레 들어맞았다. 김군은 영재학교 전형 중 보통 학생들에게 최대의 걸림돌인 영재성 입증자료 제출도 평소 아주대영재교육원에서 수행했던 연구자료로 대신했다. 김군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해 수행한 연구자료를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영재학교 입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졸업으로 서울과학고에 합격한 이군은 김군과 달리 방학 때 교과 진도를 많이 나가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는 진도에 맞춰 집중하거나 관련 심화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선행학습할 여유가 없어요. 물론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내 공부가 아니잖아요.”

 이군은 김군보다 국내대회 성적이 더 화려하다. 심리적 부담 없이 시험을 본 게 도움이 됐다. 그는 “서울과학고 시험도 올해는 그냥 시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치른 것이 운이 좋아 합격했다”고 털어놨다. 이군은 서울과학고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서울과학고 시험은 경향성이 없어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4차 과학캠프에서는 기본 원리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학은 풀이과정 정리를 잘하면 도움이 많이 돼요. 다른 과목보다 반복학습이 많이 필요하죠. 나중에 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볼 때도 풀이 정리가 잘 돼 있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매번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 같아 시간이나 에너지낭비가 많아요. 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비결입니다.”

[사진설명] 이동욱(왼쪽)·김대성군은 나이지리아 중학생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수상했다. 한국대표단은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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