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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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호 18면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많은 이들의 연민을 자아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목영철 부장(김창완 분)이다. 목 부장은 병원에서 간암 말기라고 진단을 받고 여생이 6개월 정도 남았다고 판정을 받은 것으로 설정돼 있다. 과연 목 부장은 치료할 방법이 없는 걸까.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간암은 치사율이 높은 암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선 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간에 암이 생겨도 통증이 없다가 간을 싸고 있는 막을 자극해야 비로소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곤 한다. 약간의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식사 후 조기 포만감이 나타나는 경우는 이미 진행성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간암은 주로 간경변증이나 만성 간질환이 있던 사람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동반된 심한 간 기능 저하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를 시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간경화가 있는 사람은 매년 3∼4%에서, 만성 간염이 있는 사람은 매년 1%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관련돼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 소견만 있는 경우는 간암의 위험이 별로 증가하지 않으나 알코올성 간경화까지 발생하면 간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과거에는 간암으로 진단받으면 짧으면 6개월, 길게는 20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했다. 즉 간 절제술이 가능한 소수의 환자를 제외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암의 발생 빈도는 위암, 폐암, 대장암, 갑상선암에 이어 다섯째로 조금 낮아지고 있으나 암으로 인한 사망은 폐암에 이어 둘째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치사율이 높은 암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간암 치료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간 이식, 전기소작술 등 새로운 치료 기술의 도입으로 간암의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과거에는 간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10% 이하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 대상이 됐으나 현재는 30∼40%로 향상되고 있다

여러 치료법 중에도 여전히 간암을 수술로 절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절제가 불가능한 암들의 경우도 새로운 치료법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간 이식을 하는 방법이 있다. 영상검사에서 간암이 간 밖으로 전이되지 않고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으면서 암의 크기가 3∼5㎝인 것이 3개 이하인 경우에 간 이식을 하면 4년간 생존할 확률이 75%로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적은 간암을 절제한 경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다. 최근에는 암의 크기가 5㎝ 이하라면 간암이 5, 6개 있어도 간 이식을 시도한다.

수술로 암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전기소작술을 할 수도 있다. 간암이 간 밖으로 전이되어 있지 않으면서 최대 5㎝ 이하 크기의 간암이 4개 이하인 경우에는 이 치료를 시행할 수 있으며 이 치료를 통해 간암을 완전히 태워 없앨 확률이 3㎝ 미만 간암의 경우 80∼90%, 3∼5 ㎝ 크기의 경우에는 50∼70%로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인다.

따라서 목 부장의 경우는 상태가 어떤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간암이 크고 여러 개라 하더라도 간 밖으로 전이가 되지 않고 혈관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라면 간 이식이나 전기소작술로 완치나 상당한 생명 연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목 부장의 인생 역전’도 기대해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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