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매춘 재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 퇴폐 윤락업소들이 밀집한 속칭 '미아리 텍사스' . 성의 노예로 전락한 어린 소녀들에겐 '눈물의 땅' 이지만 업주들에겐 일확천금을 안겨준 '노다지' 인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서울지검 소년부(金佑卿부장검사)
수사팀이 20년 동안 이곳의 대모로 군림해온 H씨(55.여.수배중)
의 가게를 수색한 것은 지난달 말. 금고 안에서 43장의 다이아몬드 보증서가 쏟아졌다. 수사관들의 확인 결과 그는 모텔 두 채와 빌라.임야 3만평 등 13곳의 부동산을 소유한 1백억원대의 재산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 업주들은 업소당 평균 5명의 미성년 윤락녀를 고용, 5만~6만원씩 받고 하루 7~8명을 상대하도록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한 경우 하루 18명과 성관계를 가진 소녀도 있었다.

그러나 업주들은 화대 가운데 1만원만을 윤락녀에게 주고 나머지는 모두 챙겨 매달 4천만~5천만원씩의 수입을 올렸다. 1년 동안 5억~6억원은 거뜬한 셈이다.

일부 업주들은 그나마 화대조차 주지 않아 미성년 접대부 4명이 "1년 동안 화대 1억원을 받지 못했다" 며 검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수사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성을 미끼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업주 대부분이 국산 최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초호화판 생활을 즐겨 왔다.

일부 업주는 벤츠.아우디 등 외제차를 갖고 있다" 고 밝혔다. 모 업소의 주인 J씨(45)
는 팔당댐 밑 한강변에 수상스키장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업주 K씨(35)
는 지난 7월 업소 종업원 10여명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주들은 적은 수입 때문에 '나이든' 접대부들이 일하기를 꺼리자 직업소개소 등을 통하거나 서울역.청량리역 등지에서 무작정 상경하는 가출소녀들을 '고수입 보장' 을 미끼로 유인, 고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적발된 J주점의 경우 접대부 11명 전원이 15~17세 소녀였다. 현재 이곳에는 1천여명의 미성년 윤락녀가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지검은 지난 8월부터 미성년자들을 고용해온 이 지역 윤락업소들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여 52명을 적발, 이 가운데 실제 업주 21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17명을 수배하는 한편 21명을 입건했다.

또 미성년 접대부 1백24명은 귀가시켰다. 검찰은 아울러 퇴폐업소에 가게를 빌려주고 월 1천만원씩을 받아온 건물주 3명에게 윤락행위방지법을 적용, 벌금 3백만~5백만원씩을 물렸으며, 편의를 봐주는 대가 등으로 업주들로부터 돈을 받은 구청.보건소 직원 3명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찰.구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뒤에 숨은 실제 업주들이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어 검찰이 나섰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업주들이 업소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하루 한차례 들러 수금해 간다" 며 "이로 인해 실제 업주들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고 말했다.

또 "업소들이 미성년 고용을 중지하겠다는 자정(自淨)
결의를 할 때까지 계속 단속하겠다" 고 강조했다.

남정호.채병건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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