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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험한 부대 가자” 통수권자 MB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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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발 1240m에 체감온도 영하 58도. 북한 군으로부터 거리가 750m밖에 안 돼 부대 창문이 방탄유리로 돼 있는 곳.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찾은 강원도 양구군 가칠봉의 육군 21사단 백두산부대 정상관측소(OP) 얘기다. 북한 군과 가장 가까운 동부전선의 OP에 현직 대통령이 방문한 건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20여 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청와대 참모진에 “북한 위협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부대를 가겠다. 혹한에 시달리는 험준한 산악의 초소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초 청와대 실무진은 “ 연평도를 방문하게 하자” “해병대 사령부를 가야 한다” “F-15K 비행단을 찾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해병대 사령부는 후방인 경기도 화성에 있다는 점 때문에, F-15K 비행단은 후방에 있는 데다 특수한 부대여서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고 한다.

참모 반대에도 MB, 최전방으로

참모들은 최전방인 육군 3사단 또는 15사단의 OP를 방문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이 대통령
은 “더 위험한 곳을 찾아보라”고 했다 한다. 참모들이 군과 급히 상의해 찾은 곳은 결국 동부 전선이었다. 중부전선의 3사단, 중동부전선의 15사단보다 위험한 곳이 백두산부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 통수(統帥)권자로서 어떤 행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이 대통령은 통수권자로서 앞으로 닥칠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메시지를 이번 군부대 방문을 통해 남기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피격 등의 사태를 겪으며 통수의 세계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이 대통령이 23일 백두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내를 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북한이 공격하면 대반격을 하겠다’고 강조한 건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위기상황속에서 최전방을 찾아 장병들을 만나는 게 통수권자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가장 위험한 곳을 찾으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의전팀에선 대통령 방문 하루 전(22일)에야 현지를 답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통수(統帥)=헌법 제74조 1항(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한다)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 통수는 ‘장수들을 통솔한다’는 의미로,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군을 총지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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