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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회 복지예산 놓고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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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1일 오전 2시 성남시의회 본회의장에 민주당 의원 5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곧장 의장석으로 가 ‘시립의료원 예산 삭감 결사 반대’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 중 시립의료원 설립 예산 148억원을 삭감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성남시의회는 의원 34명 중 18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지 않기로 양당이 합의하면서 오후 4시가 돼서야 본회의가 열렸지만 이번엔 한나라당의 반대로 5분 만에 다시 중단됐다. 이재명 시장이 출석하지 않아서였다. 이 시장은 “지방자치법상 단체장이 의회에 반드시 참석할 의무는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시장의 주요 정책 관련 조례와 산하 단체장 임명동의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된 데 대한 응수였다. 집행부와 의회, 여야의 갈등으로 성남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여야의 갈등은 시립의료원 설립 예산에서 비롯됐다. 시립의료원 설립 추진비 148억원에 대해 민주당은 원안 통과를, 한나라당은 대폭 삭감을 주장하며 맞섰다. 민주당이 정종삼 대표의 단식농성과 본회의장 점거 등으로 맞서자 여야는 회기를 하루 연장해 23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해 파국을 피했다.

 여야 갈등은 고비를 넘겼지만 시장과 시의회의 감정싸움은 더해가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홈페이지에 ‘시민이 행복한 성남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인 이유로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채 좌절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시가 의회에 제출한 시정개혁위원회·시민옴부즈맨·시정모니터 운영조례안 등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되거나 보류됐다는 것이다.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성남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 임명동의안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장의 관용차를 ‘움직이는 아방궁’이라며 내부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 시장이 의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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