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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소통하고 감동 주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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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2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0 소비자 권익증진 경영대상’ 시상식 후 기념촬영에서 참석자들이 오른손 주먹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다. 고객을 받드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고 소비자 권익 우선주의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31곳과 공공기관·단체 4곳이 ‘2010 소비자 권익증진 경영대상’을 받았다. 2010 소비자 권익증진 경영대상 선정위원회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평가과정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 부문은 고객감동경영·고객지향서비스·고객가치경영·소비자신뢰·소비자만족·사회책임경영·소비자보호·윤리경영 등 8개 부문과 특별상·공로상 등이다. 중앙SUNDAY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지식경제부·환경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엔 오세훈(특별상) 서울시장을 비롯한 35개 수상 기업·기관의 대표와 윤여준 선정위원회 위원장, 손병기 중앙일보 상무, 김종혁 중앙SUNDAY 편집국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글=주정완·고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으로=요즘은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이 기업의 화두가 되는 시대다. ‘고객감동경영’ 부문의 수상 기업인 SK텔레콤은 지난해 고객관리경험(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제도를 도입했다. CEM 제도를 통해 업계 최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초단위 과금제 등을 도입했고 휴대전화 임대 서비스 등을 확대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올해 CEM 제도를 도입해 고객 불편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두 달간 고객이 인터넷을 이용할 때 겪는 불편함을 사전에 관리해 주는 ‘B타민 서비스’가 그 예다.

 국내 대표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정보와 국내 최초 도심형 프리미엄 아웃렛 문을 연 양재하이브랜드도 이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듀오는 올해 업계 최초로 2만 명이 넘는 성혼 회원을 탄생시켰으며, 양재하이브랜드는 마이클 코어스·겐조·아이그너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면세점보다 싸게 팔고 있다.

 ‘고객지향서비스’ 부문에서는 LG전자를 비롯, 대한항공·윌스기념병원·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수상했다. LG전자는 고객서비스를 단순 제품 수리를 의미하는 ‘After Service’가 아니라 판매 후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After Sales’ 관점에서 접근한다. 30분 이내에 서비스를 완료하는 ‘휴대폰 30분 서비스 제도’, 주말과 공휴일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일 긴급 서비스 제도’ 등을 도입했다. 대한항공은 고객 최우선의 서비스를 지향한 결과 현재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여객 세계 13위, 화물 6년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척추관절질환 치료 전문 병원인 윌스기념병원은 척추수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고객이 안방에 앉아 물건 검색부터 입찰서 제출, 낙찰, 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온비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가치경영’ 부문의 수상 기업인 금호리조트는 ‘세계로 향하는 복합레저기업’을 목표로 통영(충무)·설악·화순·제주 등에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감안한 독특한 테마 리조트를 만들었다. 숙취 해소용 천연차 ‘여명808’로 유명한 그래미는 매년 30%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디지털대학교는 1만3000명이 넘는 재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사이버대학이며, 일동제약은 국내 최초의 유산균제 비오비타와 국내 종합비타민제 1위인 아로나민을 만든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것을 막고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문화 형성을 주도한다.

 ◆소비자 신뢰가 살길=‘소비자신뢰’ 부문에서는 농수산홈쇼핑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운용·자생한방병원·ING생명보험·코리아세븐 등이 수상했다. 농수산홈쇼핑은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자체 식품안전센터를 운영해 품질 관리를 실시한다. 제품 클레임과 반품률은 업계 최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2009년 반등장에서도 수익률 최상위를 기록했고, 올해 펀드 환매 행진 속에서도 수탁액이 늘었다. 자생한방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척추 전문 한방병원이다. ‘고객민원 제로’를 선포한 ING생명은 본사가 개입하기 전에 지점장 등이 직접 나서 고객 불편을 해결해 주는 자율조정제도를 실시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으로 유명한 코리아세븐은 국세·공과금 등 수납은 물론 택배·꽃배달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소비자만족’ 부문에서는 이베이옥션·대한통운·신세계이마트·하나투어 등이 선정됐다. 이베이옥션이 운영하고 있는 ‘옥션’은 회원 수가 2100만 명에 이른다. 무차별 가격 경쟁보다 배송 관련 서비스 개선 등에 힘쓴다. 대한통운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는 국내 최대 종합 물류기업으로 택배 업계 1위다.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차량과 장비·인원을 직영하고 있다. 할인점 부문 부동의 1위인 신세계이마트는 한국형 할인점의 모델을 선보였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총 11만 개 이상의 여행상품을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윤리 지키면 이익 돌아온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사회책임경영’ 부문에서는 GS건설·광주은행·유한양행·유진크레베스 등이 수상했다. GS건설은 올해 초 ‘지속가능경영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해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지속가능경영 관련 활동을 체계화했다. 광주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다. ‘삐콤씨’ ‘안티푸라민’ 등으로 유명한 유한양행은 정직과 신용의 브랜드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소비자보호’ 부문 수상 기업인 크루셜텍은 세계 최초로 옵티컬 트랙패드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SK11번가는 위조품 110% 보상제, 24시간 콜센터 운영, 최저가 보상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3중 바닥 냄비를 개발한 키친아트는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을 도입 중이다.

 무질서한 여행업계에서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운 롯데관광개발, 고객의 비밀보호와 이해 충돌사건 수임 금지 등을 원칙으로 정한 법무법인 태평양이 ‘윤리경영’ 부문을 수상했다.

 특별상은 서울시가 받았다. 서울시의 ‘120다산콜센터’가 인정받았다. 전화 한 통화로 각종 생활편의 정보와 서울시 주요 시책에 이르기까지 서울 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담받는다. 공로상은 소비자시민모임·한국경쟁법학회·한국소비자학회 등이 수상했다.

박흥수 심사위원장 “소비자 주권 보호가 결국 고객 만족”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처음 쓰기 시작한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이다. 과거의 소비자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강요당했다면 현재는 신제품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하면 기업은 시장조사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제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프로슈머의 활동은 기업이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고객만족’을 달성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업으로선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미래의 거래 비용과 신규고객 유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프로슈머의 등장과 기업의 고객만족 달성 노력으로 현대사회에선 소비자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경제활동의 중심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으로 고객의 욕구가 더욱 진화하고 기대수준이 높아졌다. 규제 완화로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점점 더 소비자 주권의 보호가 고객 만족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 익숙해졌던 기업들도 이젠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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