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후] 밴쿠버 빙속 영웅 모태범·이상화·이승훈, 겨울 AG 담금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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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이상화·이승훈(왼쪽부터)이 21일 빙상선수권대회를 마친 후 태릉 국제빙상장의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호형 기자]


올해 2월, ‘빙속 3총사’ 모태범(21)·이상화(21)·이승훈(22·이상 한국체대)의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 소식은 한국의 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이전까지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들 20대 초반 단짝 친구들의 활약 덕에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들은 실력과 열정을 갖추고, 부담감과 긴장마저도 즐기는 신세대였다. 중앙일보는 이들에게 ‘쾌속세대’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본지 2월 18일자 1면).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렀다. 다시 돌아온 겨울, 쾌속세대가 또 뛴다. 2011년 카자흐스탄 겨울아시안게임(1월 30일~2월 7일)이 그 무대다.

본지 2010년 2월 20일자 보도.

◆올림픽 후, 어떤 훈련도 신나게=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은 밴쿠버 올림픽 후 혹독한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5월 개인 훈련 중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졌고, 11월에는 자신의 왼쪽 스케이트날에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아킬레스건 때문에 절뚝이다 보니 허리 부상도 찾아왔다. 모태범은 “다른 친구들은 스케이트를 타는데, 혼자 태릉에서 재활을 하다 보니 마음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얻은 힘으로 즐겁게 그 시간을 이겨냈다”고 털어놓았다.

 남자 1만m 우승자 이승훈의 여름은 훈련의 연속이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그는 쇼트트랙이 스피드스케이팅의 코너워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홀로 쇼트트랙 훈련을 하며 새 시즌을 대비했다. 질주할 때 자세가 더 낮아져 안정적이 됐다. 빙상 관계자들은 “올 시즌 이승훈은 더 강해진 것 같다. 폼이 들쭉날쭉했는데 훈련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훈은 “올림픽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스케이트를 타야 하니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는 올림픽 후 친구들인 승훈·태범과 좀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4월까지는 푹 쉬었고, 6월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고강도 훈련이 이어져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올림픽 후 마음가짐이 차분해졌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부담감에 올 시즌 첫 월드컵 대회에서는 긴장을 하기도 했는데, 점차 나아졌다”고 말했다.

 ◆자극제가 된 광저우 아시안게임=빙속 3총사는 지난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스포츠 팬으로 돌아갔다. 이상화는 “광저우 대회를 보면서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선수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운동을 정말 잘한다”며 “특히 나와 친한 허준녕(태권도)·이승준(농구)·왕기춘(유도)의 활약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모태범은 “세상에는 참 대단한 선수가 많다는 감탄을 했다. ‘아시안게임이 저 정도인데, 올림픽에서 우리가 금메달 땄을 때는 어느 정도였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며 “나도 겨울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팬들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거들었다.

이승훈은 박태환(수영)과 장미란(역도)의 활약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선수가 성적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재기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박태환이 그 일을 해냈다. 장미란 역시 부상이 이어진 가운데 금메달을 따 감동적이었다. 이제 한 달 뒤에는 우리 차례”라고 각오를 다졌다.

 ◆크리스마스에도 훈련하는 3총사=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 하지만 이들에게는 수많은 훈련일 중 하루일 뿐이다. 모태범은 “부상 때문에 오래 쉬었는데 또 쉴 순 없다. 나는 그냥 태릉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훈은 아시아선수권대회(27~29일) 참가를 위해 24일 중국 하얼빈으로 출국한다. 그는 “대회가 임박한 만큼 즐기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상화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만 살짝 맛볼 생각이다. 그는 “3주 연속 대회에 나갔으니 크리스마스 전후 3일 휴가 때는 좀 쉴 예정이다.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겠지만,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 한다. 아시안게임 전까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글=온누리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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