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은 장묘문화의 새로운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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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사이버공간에서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

장묘전문 업체인 효손흥손이 최근 개설한 사이버 묘원 `하늘나라''도 명분이나 형식을 우선시하는 매장위주의 전통적 장묘문화를 개선해 보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이버 묘원은 온 세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사이버 시대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공간에서의 묘지를 의미한다.

진작부터 묘지의 대안으로 제시돼온 납골당을 유골의 `보관소''라 한다면 사이버묘원은 고인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박물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돌아가신 분의 홈페이지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이곳에는 고인의 영정부터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다양한 흔적들, 약력, 지인의 추모사, 추모시 등을 얼마든지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곳에서 고인의 육성과 동화상을 통해 살아 생전의 모습을 언제든 살펴볼수 있으니 이름만 가상공간 내지는 비현실 세계를 의미할 뿐 사실은 기존 장묘법에비해 더욱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하늘나라 저널''과 `의례관련 정보'', `하늘나라 야화'', `실시간 사이버 부음'' 등 다양한 정보들을 수록하고 있어 제례에 어두운 신세대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리운 이에게'' 코너에서는 지난 여름 씨랜드 사고로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애끊는 사연들이 방문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사이버 묘원은 제작료(5만원)와 연회비(3만원)로 운영되며 희망자는 5가지의 샘플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묘소를 만들 수도 있다.

이곳에는 국민의 가수였던 고 김정구씨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고 이태영박사의 묘소가 이미 만들어졌으며 고 곽규석 목사의 묘소는 현재 제작중이다.

김동원 대표는 "종가집이 아니면 조상의 얼굴조차 모르는 현실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고인의 생애를 반추해 볼 수 있다면 우리민족의 미덕인 효와 예를 함양하는데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컴퓨터를 통해 수시로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느끼다 보면 다소 어두침침하게 표현되는 죽음이나 장묘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회사측은 서비스개시 기념으로 이달 말까지 신청하는 묘소에 대해서는 제작비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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