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다큐, 감독·소재 등 매우 다양화

중앙일보

입력

19일을 기점으로 와이드 앵글 부문의 한국 단편 극영화 경쟁 부문의 상영이 종료되었다. 올해 15편의 작품이 출품된 단편 극영화의 경향은 작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소재는 물론, 작품을 만든 감독들의 출신들도 영화과 학생에서 충무로 감독, 독립영화 감독 등 매우 다양화 되었다는 평가다.

이런 경향은 단편영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 준다. 기존에 단편영화는 반정부 선전 수단, 혹은 아마추어의 습작 정도로 인식되어 온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올해 부산 와이드 앵글 부문의 경쟁 출품작들만 보더라도 여러 사회적 신분을 가진 감독들이 참여하면서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삼인조〉로 충무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나 실험영화 영역에서 지속적인 작업을 해 온 임창재 감독, 그리고 〈햇빛 자르는 아이〉의 김진한 감독 등의 경우는 기존 영화과 학생 정도로만 인식되어 온 단편영화 감독들의 출신이 다양화되었다는 실례라 할 수 있다.

감독들의 출신이 다양화와 더불어 소재의 다양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작업방식을 갖추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다. 영화제 기간 동안 지우개를 나누어 주는 홍보 활동으로 눈길을 끌었던 〈지우개 따먹기〉는 제작진이 직접 지우개 만드는 회사에 찾아가 협찬을 받은 경우다. 이들은 약 4천개의 지우개를 협찬받아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며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있다. 또한 배우 이혜영의 스크린 컴백작이라는 선전 문구로 관심을 모았던 〈동화〉는 의상과 촬영 장소를 협찬받으면서 제작비를 상당 수준 절감할 수 있었다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밝히기도 했다.

한편 와이드 앵글 기록영화 부문에 출품된 한국의 다큐멘터리들은 주로 IMF 이후 한국사회와 사람들에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런경향을 나타내는〈민들레〉, 〈1공장 45반의 여름〉, 〈먼지의 집〉, 〈꼭 한걸음씩〉등이 98년에 작업이 이루어져 올해 그 결과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국영화팀의 권용민(중앙대 영화과 강사)씨는 분석했다.

권용민씨는 또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IMF 이후 상황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 표현방식은 매우 다양화되고 신세대적인 감각이 눈에 띈다고 밝히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꼭 한걸음씩〉은 병원노조의 투쟁 기록을 다루고 있지만, 스타일은 뮤직 비디오 스타일에 가깝다고 제시하기도 했다.〈고추 말리기〉와 〈할머니〉는 기록영화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으로 평가되며, 7년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을 카메라에 담아 온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3-숨결>은 이제 기록영화가 카메라 안의 인물들에게 카메라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올해 와이드 앵글의 한국영화(단편과 기록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소재와 그 표현방식의 다양화로 긍정적이다. 이는 상업영화 영역에서만 한국영화의 진보를 찾으려는 관객들에게 "와이드"한 시각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와이드 앵글 부문의 선재상(단편 부문), 운파상(기록영화 부문) 시상식은 23일 폐막식 전 오전에 그 결과가 발표되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1천만원 씩의 상금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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