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사장'은 옛말…CEO 파괴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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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社), 1사장은 옛 말' . 한 회사 안에 사장이 20여명이나 되는가 하면, 한 명의 사장이 3~4개 회사 대표를 겸직하는 등 '최고 경영자(CEO) 파괴' 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한 회사가 여러 회사로 쪼개지고(분사), 여러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합병) 등 대기업마다 치열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새롭게 선보이기 시작한 '기업 경영구조' 풍속도다.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는 업종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업 구조조정의 열풍 속에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사장은 팔방미인〓코오롱 그룹 계열사는 현재 17개. 반면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는 6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 사장이 3~4개 회사 대표를 겸임하는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 공용조(孔龍助)사장은 건설 및 레저관련 4개사, 구광시(具光市)사장은 화학 및 섬유관련 3개사, 김홍기(金弘基)사장은 무역.유통관련 3개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통합이 이뤄질 회사를 대표 한 명이 맡도록 했다" 며 "챙겨야 하는 회사가 많아도 성격이 유사한 기업이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사장은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다. 具사장의 경우 매달 첫째 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중앙연구소와 종합연수원 방문을 시작으로, 경북 김천시에 있는 ㈜KTP와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코오롱.코오롱글로텍의 임원회의와 이사회를 주재해야 한다.

또 김천.구미.경산시 등에 흩어져 있는 공장도 수시로 방문하는 등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비슷한 경우로 동부그룹에선 백호익(白豪翼)사장이 동부건설과 동부고속, 한솔그룹에선 차동천(車同千)전무가 ㈜한솔과 한솔제지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 사장이 많아요〓지난해 11월 T&C.물산.중공업.생활산업 등 4개사 합병으로 탄생한 ㈜효성은 법인은 하나지만 20여명의 사장이 경영을 나눠 맡고 있다.

섬유.화학.중공업.무역.정보통신 등 5개 사업부문(PG)과 그 밑의 19개 사업단위(PU)가 각각 대표를 두고 있는 것.

각 PU는 경영 전권을 이임받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상은 별도 회사와 다름 없다. PU 책임자의 직급은 부장에서 사장까지 다양하지만 대내외 호칭은 사장으로 불린다.

효성그룹의 나머지 12개 계열사 대표도 조직상으로는 PU사장에 해당되기 때문에 ㈜효성의 PU사장은 계열사 대표와 동격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효성은 계열사 수가 13개에 불과하지만 그룹 내 사장 직함 보유자는 30명이 넘는다.

지난해 9월 상사.전자.기계 등 9개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두산도 2본부.9사업부문 조직 아래 박용오(朴容旿)회장을 비롯, 1부회장.7사장의 경영진을 두고 있다.

이밖에 ▶㈜한화는 정보통신 및 에너지의 발전부문 인수 등으로 7개 사업부문에 1회장.1부회장.6사장 체제를 갖췄으며 ▶현대자동차는 현대정공 차량사업부문과 현대자동차써비스 합병으로 한때 회장.부회장 외에 4명의 사장을 두기도 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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