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힘 … 한국전력 주가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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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국전력이 오랜 약세를 딛고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올 초 4만2250원까지 갔던 한전 주가는 해외 원전 추가 수주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달 말 2만77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외국인이 13일부터 5거래일 동안 39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가가 4.2% 올랐다. 17일에는 2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한전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저평가 매력 때문이다. 동부증권의 유덕상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가 하락 등이 반영돼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지난 8월부터 평균 3.5% 올랐다. 산업용과 상가·사무실용 전기는 계절별로 인상률을 달리했는데, 겨울(12~2월)에는 인상폭을 7.6%로 높이 잡았다. 한전 입장에서 보면 겨울에 전기요금 수입이 늘어 이익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다.

 내년 7월 실시 예정인 연료비 연동제도 긍정적 재료다. 발전 연료 가격이 바뀌면 두 달마다 이를 전기 요금에 반영한다는 게 연료비 연동제의 골자다. 그간은 전기요금을 1년에 한 번만 조정하는 바람에 원료비가 확 뛰면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또 한전은 최근 전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나홀로 약세를 보이면서 저평가 정도가 심해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로 우량주 가운데 가장 낮다.

 이것저것 호재가 많지만 추위는 적이다. 난방용 전력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면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한전은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는 자회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서 수요자에게 되파는 일을 한다. 발전자회사에서 전기를 구입할 때는 제일 싼 것부터 차곡차곡 사 나간다. 전기는 원자력·수력·화력 등 발전기마다 생산 단가가 달라 제일 싼 것부터 구매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전은 전력 수요가 많을수록 더 비싼 전기를 사서, 미리 정해진 전기요금에 맞춰 팔아야 하는 신세다. 그러니 전력 수요가 늘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의 주익찬 연구원은 “한파가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는 한 한전 실적이 크게 나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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