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면 심심하지 않고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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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남 의령군의 한 노인 공동생활 공간에서 할머니들이 장구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의령군 제공]


홀로 사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망한 지 며칠 지나서야 발견되는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활발하다.

 특히 경남 의령군에서는 독거노인을 위한 실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공동주거 공간에 한데 모여 오순도순 사는 것이다. 군청에서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개조해 공동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냉장고와 정수기·세탁기 등의 가재도구와 개인 사물함 등도 군청에서 설치했다. 또 난방비나 공과금 등의 생활비로 쓸 수 있게 매달 30만원을 지원한다.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실험을 시작했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13곳을 더 늘렸다. 현재 29곳에서 노인 178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의령군 만상마을의 김순임(81) 할머니는 3년 전 6명의 동네 할머니와 가족이 됐다. 김 할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사니까 심심하지 않고, 방도 따뜻하고, 같이 밥해 먹고 배부르니 좋다”고 말한다. 의령군청 담당자인 박성원씨는 “노인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외로움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비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의령군의 실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공동거주제가 농촌이나 벽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의 경로당은 지난달 공동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춘천시가 1650만원을 들여 개조했으며 매달 6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여기에는 김쌍출(83) 할머니를 비롯해 5명이 기거한다.

 북산면 복지담당인 박은혜씨는 “혼자 지내는 노인들한테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이를 제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어르신들끼리 함께 가족처럼 지내면 서로를 보살필 수 있고 안부를 챙기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민간 자원을 활용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SK텔레콤·농협·교보생명·신한은행·삼성카드 등 11개 기업 콜센터와 업무 협약을 했다. 다음 달부터 콜센터 상담원이 자신이 담당한 독거노인에게 주 2~3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돼 주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신성식 팀장, 박태균·김기찬·황운하·이주연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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