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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전자 해외매각 당분간 수면아래로

중앙일보

입력

대우전자의 해외매각 작업이 당분간 휴면상태로 접어들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전자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이 대우전자의 자산인수 협상 파트너인 미국의 투자기업 왈리드앨로마측과의 협상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우선 대우전자의 자산실사결과를 토대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가동하는데 주력키로 함에 따라 대우전자의 매각은 최소 수개월 정도는 순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우전자는 내부적으로 왈리드앨로마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왈리드앨로마가 주도하는 미국 현지의 투자자 규합이 순조롭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대우전자의 매각은 워크아웃 승인 이후 왈리드앨로마와 재협상을 벌이거나 원점에서 출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협상 경과 : 대우전자는 왈리드앨로마와 지난 8월중순 양해각서를 체결, 총32억달러에 대우전자의 한국내 사업장을 포함한 선진국 사업부문을 매각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협상은 9월9일까지 완료, 계약을 체결하고 모든 법적 절차를 11월 중순까지 매듭짓는다는 것이 양측 합의사항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 이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과 대우전자를 포함한 주요계열사의 은행관리 결정이 내려지면서 왈리드앨로마와의 협상주체가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으로 바뀌고 협상이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빛은행측은 왈리드앨로마로부터 그간의 실사자료 제공과 투자자 모집상황을 알려주도록 요청했으나 왈리드앨로마측으로부터 신통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간 협상대표 역할을 했던 대우전자 양재열사장이 사실상 경질되고 장기형부사장이 새로운 사장에 선임됐다.

▶ 왈리드앨로마의 입장과 협상지연의 배경 : 이 회사는 양해각서상에 합의한 32억달러 가운데 기존 대우전자 주식 보유자들의 주식매수 및 신주교부용으로 할당된 2억달러를 제외한 30억달러를 투자자 규합 및 차입 등을 조통해 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왈리드앨로마는 전체 30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를 12개 투자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나머지 20억달러는 10억달러를 담보로 한 금융대출을 통해 마련키로 했다. 순수하게 왈리드앨로마 자체가 투자하는 금액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왈리드앨로마는 투자자를 규합하는 중심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계약 체결 예정일까지 20억달러의 금융대출은 물론 10억달러 규모의 투자자 규합이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협상실무진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및 주요계열사의 은행관리 발표로 현지의 투자자들이 좀더 지켜보자는 식의 관망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빛은행은 왈리드앨로마측의 그간의 행태로 볼 때 협상에 크게 기대를걸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현단계에서는 워크아웃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왈리드앨로마의 신뢰성과 함께 그 실체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우전자 내부의 분위기 : 대우전자 임직원들도 왈리드앨로마와의 매각협상 조기성사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협상의 성격상 정보가직원들 사이에 공유될 수는 없지만 회사내부에서는 협상의 진전과 낙관적인 결과를기대할 만한 조짐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의 일정에 쫓기면서 서둘러 양해각서 체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회사는 일단 해외매각이든 워크아웃이든 결과에 상관없이 회사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고연말까지 수익성 제고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 향후 대우전자 매각의 전망 : 오는 20일께 회계법인의 실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워크아웃 방안을 마련, 27일께 채권단회의에서 승인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워크아웃이 확정될 경우 채무상환의 재조정과 출자전환 등의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마땅한 원매자를 물색, 매각이 재추진되는 수순을 밟게된다.

그간 왈리드앨로마가 상당한 실사를 진행한 만큼 매각이 재추진될 경우 여전히 유력한 인수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미국내 투자자 규합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점에 비춰 왈리드앨로마가 최종인수자가 될 지는 미지수다.

한편으로 올해초 자동차를 매개로 빅딜(대규모사업교환)협상을 벌였던 삼성전자등 국내 전자업체도 후보물망에 오를 수 있지만 부채비율 200% 요건을 맞추면서 대우전자를 인수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워크아웃 실행을 통해 대우전자의 자산가치를 높인 후 새로운 해외투자자를 모색, 원점에서 매각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연내 해외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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