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뇌졸중 생겨도 여분의 뇌가 회복 돕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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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재활의학

뇌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의사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이 회복력이 있듯이 뇌에도 이러한 회복력이 있다. 손상된 뇌 조직 자체가 회복되는 것은 미미하지만, 손상된 뇌의 기능은 회복될 수 있다.

뇌가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는 기본 원리는 뇌 가소성(plasticity of brain)에 있다. 과거에는 대뇌는 성숙된 이후에는 구조적으로 변화가 적고, 손상 후 기능 회복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1980년대 이후 여러 연구에서 뇌졸중 이후 뇌 내 변화가 보고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뇌졸중 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뇌졸중 후 초기에는 손상 주위 부위의 부종, 신경 독소가 소실되고, 손상 주위 부위의 국소적 혈류가 증가되고, 허혈성 불완전 손상을 입었던 손상 주위의 신경 세포가 제 기능을 시작하면서 회복이 일어나며, 그 이후에는 뇌 가소성에 의하여 지속적인 회복이 일어난다. 이러한 가소성은 세포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뇌의 신경망에서도 일어난다. 즉 신경이 다시 재생되거나, 손상된 부위가 담당하던 뇌의 기능을 뇌의 다른 부위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고, 신경연접 시냅스의 변화로 손상된 뇌신경에서 나오는 적은 양의 신경전달물질에도 주위의 뇌신경 조직이 손상되기 전보다 더 잘 반응하여 뇌기능이 회복된다.

예를 들어 정상인에서는 팔을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부위가 반대 측 일차운동피질 부위만 관여하지만, 뇌졸중이 발생한 이후, 뇌신경의 재조합이 일어나서 마비된 팔을 관장하는 부위는 기존의 일차운동피질을 포함하여 관련된 전운동피질, 부가운동영역, 소뇌 부위 등으로 확대되고 재조합되며, 신경 및 시냅스의 재생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통해 사람의 뇌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여분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뇌의 20-30%정도만 사용하고,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자기 뇌의 3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 나머지는 평상시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뇌로서 어느 부위에 손상이 있을 때, 이 여분에서 역할을 대신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뇌의 회복력은 올바른 치료에 의해 촉진되기도 하고 잘못된 치료에 의해 방해받을 수도 있다. 뇌의 회복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좋은 치료법들을 종합하여 모아놓은 것이 재활치료이다. 재활치료는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 조직 자체를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손상된 뇌의 기능은 회복시킬 수 있다. 이러한 뇌가소성을 증진시켜 기능적 회복을 유도할 수 재활치료는 신경발달치료법(neurodevelopmental technique), 기능적 전기 자극(functional electrical stimulation), 건측 상지 제한 운동법(constraint-induced movement therapy), 현수장치를 이용한 체중지지 보행 훈련(partial weight wearing walking with suspension), 약물치료 등이 있고, 그 밖에도 건측의 감각 조절,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repeated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이나 경두개전기자극(transcranial electric stimulation) 등이 뇌졸중 후 뇌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뇌졸중 후 회복은 비교적 발병 초기에 주로 일어나, 발병 후 3개월 이내에 회복될 부분의 절반 정도가 일어나고, 6개월 이내에 2/3 정도 일어나므로 재활치료는 뇌졸중 발생 후 어느 시기에 시작을 하여도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재활치료의 근간이 뇌가소성의 촉진을 통한 기능적인 회복에 있으므로 뇌가 가장 많이 회복되는 시기에 충분히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뇌졸중 후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겠다.

<대한재활의학회 제공>

도움말 주신 분들
: 김덕용(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백남종(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유승돈(경희대학교병원), 이삼규(전남대학교병원), 이양수(경북대학교병원), 편성범(고려대학교 안암병원)

* 가까운 재활의학과 진료병원에 관한 정보는 대한재활의학회 홈페이지 (http://www.karm.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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